[사설]검찰 안정남 의혹 덮기로 했나

동아일보 입력 2003-06-17 18:36수정 2009-10-10 16:2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권력층의 세금감면 청탁 비리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났으나 해외 체류로 수사를 피했던 안정남 전 국세청장이 국내에 들어와 치료를 받는 것으로 밝혀져 그간의 사정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안 전 청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의 부탁을 받고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의 추징금을 깎아주고 또 다른 기업의 모범납세자 포상등급을 올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대통령 아들은 물론 신승남 전 검찰총장 동생 신승환씨의 세금 감면 청탁까지 들어줘 권력의 친인척 앞에서 더 없이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홍업씨와 승환씨는 알선수재 혐의로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지만 그들의 부당한 청탁을 결정적으로 성사시킨 안씨가 입건조차 되지 않은 것은 균형 잡힌 사법처리라고 하기 어렵다.

검찰은 홍업씨의 감세 로비가 아태재단 이수동 전 상임이사를 거쳐 안 전 청장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해놓지 않아 안씨가 거리낌 없이 출입국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았다. 검찰은 안씨 귀국 사실이 알려지자 “입건되지도 않았고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파악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그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강화도 마니산에 올라 부끄럼 없는 ‘정도 세정’을 펴겠다고 다짐했노라”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권력형 비리와 관련된 혐의가 노출되자 발 빠르게 해외로 나갔다가 사건이 잠잠해지자 슬그머니 들어온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평생 공무원을 한 그가 가족 명의로 수십억원대 부동산 타운을 조성해 놓은 축재 과정도 석연치 않다. 공소시효가 지난 일들은 그렇다 해도 권력층의 청탁을 받아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일이 성사돼 사례금까지 오갔다면 검찰은 당연히 안씨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조사를 해야 했다.

수사 부담을 무릅쓰고 입국해 3개월 동안 소문도 없이 치료를 받은 정황을 보면 수상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은 안정남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