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하! 그렇군요]요즘 가계파산 왜 늘고 있나요?

  • 입력 2003년 4월 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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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빚이 평균 3000만원, 신용카드 연체율 10% 돌파, 카드채(신용카드사가 발행한 회사채) 거래 중단, 신용불량자 280만명 넘어서….’ 모두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우울한 뉴스입니다. 공통점은 모두 가계와 관련돼 있다는 것입니다. 가계의 재정상태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계는 경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까요.》

가계는 정부, 기업과 함께 국가경제를 구성하는 3대 축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계는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습니다. 받은 돈으로 정부에 세금을 내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합니다. 남는 돈이 있으면 저축을 하지요.

건전한 가계는 나라 전체의 살림을 윤택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일정기간 이룩한 성과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경제성장률입니다. 성장률이 높으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올라가기 때문에 개인과 국가의 부(富)가 늘어납니다.

요즘 가계는 소비주체로서 한국의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물건을 만들면 국내에서 팔 수도 있고 외국으로 수출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되도록 많은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겨야 근로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고 국가에 세금을 냅니다. 나라 전체의 경제성장률도 올라가지요.

그런데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던 98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나빠지면서 한국의 수출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주로 국내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을 시도했습니다. 수출이 잘 안되니 내수를 통해 경기를 좋아지도록 했던 것이지요.

신용카드 이용의 활성화나 승용차 등에 매기는 특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낮춘 것이 대표적인 사례지요.

그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져 98년 54.6%에서 작년에는 60.2%까지 올라갔지요.

가계의 소비 덕분에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이 들어맞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소비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소비가 가계의 소득보다 많아지면 빚을 갚지 못합니다. 한국의 전체 가계빚은 작년 말 439조원으로 1년 만에 100조원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아파트 등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이 많아져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이 일기도 했습니다.

소비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빚으로 필요경비를 메우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이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은 파산하고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요즘 신용불량자는 매달 10만명씩 늘어나고 있어 곧 300만명을 넘어설 것 같습니다.

소비 증대로 저축률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가계는 소비뿐만 아니라 저축으로도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큽니다. 소비하고 남는 부분은 저축을 하고 이 돈은 금융회사를 통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생산설비와 생산량을 늘리는 데 사용됩니다.

그런데 소비가 늘면서 저축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습니다.

저축과 소비는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저축만 많이 하고 소비를 하지 않으면 기업이 아무리 물건을 많이 만들어도 팔리지 않을 테니 좋을 리가 없겠지요. 그렇다고 저축은 하지 않고 번 돈을 모두 써버리면 가계경제가 파산하겠지요.

다만 경기회복을 소비에만 의존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경기가 어려워 소득이 줄고 실직까지 당하는 상황에서 소비를 늘린다는 것은 과소비가 분명합니다.

소비와 저축의 적절한 조화. 말은 쉽지만 실행은 너무도 어려운 숙제입니다.

▼특별소비세란? ▼

말 그대로 특별한 물건이나 서비스, 즉 사치성 소비재에 붙이는 세금. 자동차, 에어컨, 향수, 고급 시계, 모피를 비롯해 프로젝션TV, 녹용, 보석, 고급 사진기와 유흥주점 등에 이르기까지 부과대상이 다양하다.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특별한 물건’의 성격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과세되는 것도 많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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