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양수/'대화가 있는 식사' 식당도 협조해주길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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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 관계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고깃집을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그곳은 평일에도 손님이 가득할 정도로 잘 되는 음식점이었다. 30분 정도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려는데 종업원이 와서 물었다. “더 드시겠습니까?” 4명이 이미 5인분의 고기를 먹은 후였다. 필자는 “죄송한데 조금 있다가 시키면 안 될까요?”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종업원과 주인은 잠시 후 번갈아 가며 우리에게 다가와 “죄송합니다만, 주문 더 하시겠습니까? 지금 손님이 워낙 많이 기다리셔서…”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게 아닌가.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기 3인분과 냉면을 추가로 시켜야만 했다.

외국에서는 받고 싶지 않은 손님이 레스토랑에 들어오면, 지배인이 “오늘 식당 예약이 다 찼습니다. 전부 프랑스인입니다”라고 말한다는 농담이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음식을 느리게 먹기로 유명한 프랑스 음식문화를 풍자한 것이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프랑스인은 ‘먹는 것’보다는 ‘먹는 시간’을 즐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식당이 허겁지겁 먹고 나오는 장소가 돼버려 아쉽다. 손님들이 식사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식당,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식사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김양수 서울 강남구 삼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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