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207…몽달 귀신 (9)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23분


우철은 우산을 쑥 내밀고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강가 길을 걸어갔다. 강물은 구렁이처럼 몸을 뒤틀며 제방으로 밀려오고 있다. 쌩-하고 돌풍이 불어 우산쪽으로 몸을 밀어붙인다. 위험하다! 우철이 손에서 슬쩍 힘이 빠지는 틈을 타, 바람이 우산을 쥐어뜯어 어디론가 날려보냈다. 빌어먹을!

우철은 달렸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비가 얼굴을 팔을 다리를 때린다 휭-휭- 어째 사람 목소리 같다 자지러지는 소리? 비명? 휭-휭- 번개다 큐큐 파파 쾅! 빠지직 빠지직! 바로 근처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벼락에 나뭇가지가 부러진 것이리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야! 뭐야 이건! 솔잎이다 바람에 소나무 숲 솔잎이 흩날리고 있다 큐큐 파파 우철은 손바닥으로 눈 위에 차양을 만들고 떨어진 나뭇잎이 쌓여 있는 산길로 들어갔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소원아! 어디 있나? 아무쪼록 무사히만 있어 다오 소원아! 소원아! 소원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질퍽질퍽 물이 강처럼 흘러 질퍽질퍽 큐큐 파파 썩은 나뭇잎에 발이 미끄러질 수도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질퍽질퍽 앗!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큐큐 파파 도롱이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데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흙탕물에 고무신이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버선도 이미 다 젖었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이제 발가락에도 감각이 없다 바지 자락이 차갑다 큐큐 파파 써늘함이 무릎으로 기어올라와 하지만 큐큐 파파 소원이는 훨씬 더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얼른 찾아내야지 폐렴에 걸리고 몸이 얼어붙는다 큐큐 파파 소원은 밤을 주우러 갔다 용두목 위 밤나무 숲에 제일 큐큐 파파 굵직한 밤이 큐큐 파파

우철은 밤나무 숲 속 진흙탕에 발이 묶여 움쭉도 못하고 있다. 파아파아파아파아, 번개 때문에 하늘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인 순간, 밤나무 가지에 뭐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한 발 두 발, 우철은 다가갔다. 낯익은 무늬였다. 파아파아파아파아, 검은 책보를 나뭇가지에서 걷어내 겨드랑이에 끼고 앞으로 걸었다. 벼랑 아래 물가 갈대가 죄 쓰러져 있다. 미끄러졌나? 떨어졌나? 용두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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