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우두성/지리산 케이블카 막아야 한다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20분


지리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만 440.4㎢로 국제적으로 생태계 균형 보전을 위해 권고하고 있는 최소 면적인 400㎢를 넘는 남한 유일의 자연보호지역이다. 지리산은 한반도 남부 특유의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라도 남겨둬야 할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남 구례군은 지난해 지리산에 케이블카(구례군 산동∼노고단 5㎞)를 설치하려고 환경부에 사업 승인을 요청했다가 반려되자 올해 같은 계획을 구간만 일부(3㎞) 조정해 다시 추진하고 있다. 구례군측은 지리산 관통도로에 차량통행이 많아 대기가 오염되고 탐방객이 쓰레기를 투기하는 등 환경이 훼손돼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리산 도로에는 관광 성수기인 여름과 가을 단풍철에 차량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야생동물 등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반 차량의 도로진입을 금지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대책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성수기 때 차는 차대로 밀리고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탐방객도 크게 몰려 성삼재와 노고단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최근 서울대 대학원생의 석사학위 논문인 ‘설악산 산양 특별보호구역 설정에 관한 연구’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지역 1㎞ 내에는 산양이 거의 접근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구례군이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곳은 야생동물 생태통로가 있는 지리산 도로(시암재)와 인접해 있다. 야생동물들이 가까스로 시암재 생태통로를 통과해 만복대 방향으로 이동할 때 직선 1㎞ 거리에 설치되는 케이블카 때문에 이동에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지리산 주변의 경남 함양군은 이번 단체장 선거에서 칠선계곡에 케이블카 설치를 공약했고 산청군민들도 군민 숙원사업임을 내세우며 중산리∼법계사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대단위 관광 위락시설 개발을 부를 것이고 지리산은 크게 훼손될 게 자명하다.

6·25 전쟁 이후 전 국토의 숲이 사라졌을 때 멧돼지 노루 담비 등 대형 포유동물들이 지리산 등지에 가까스로 살아남아 전국으로 서식지를 넓혀간 예를 보면 지리산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지리산은 한국 토착 동식물의 씨앗 저장고인 셈이다.

지리산은 1964년부터 구례군민이 정부에 건의해 1976년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지정이 몇년만 늦었어도 많은 숲이 훼손됐을 것이다. 반달곰 서식을 조사하기 위해 1997년부터 3년 동안 지리산을 방문한 일본의 환경단체 회원들도 지리산의 깨끗함에 부러움을 표했다.

구례군에서는 군민들 대다수가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한다고 주장하지만 군민의 의견을 묻거나 공청회를 개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 주변의 자치단체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를 비롯해 온천개발 등 비슷한 관광개발산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리산권 자치단체들은 상호 보완적이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관광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지리산을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 숨쉬는 산으로 온전히 보전하고 미래의 후손들도 그 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무분별한 개발이 없어야 한다.

우두성 ´지리산 자연환경생태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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