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정치학자의 대통령후보 다면평가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0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장단점에 대한 학자들의 다면평가를 실시했다. 각 후보측이 추천한 학자가 지지 후보의 장점과 상대후보의 장단점을 먼저 꼽은 뒤 상대측이 지적한 단점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이회창 후보의 장점〓이번 대선은 만연한 부정부패, 세계경제의 불안과 한국경제의 침체가능성, 북한 핵 위협과 불안정한 동북아 안보상황 등 국가적 난제들을 풀어갈 지도자를 뽑는 중대한 선거이다. 한나라당 이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적임인 이유는 검증된 지도자라는 점이다. 첫째, 대법관 중앙선관위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치며 법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임을 입증해 왔다. 둘째, 도덕성이 검증되었다. 지난 5년간 정권의 집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 비리도 드러나지 않았다. 셋째, 안정감과 신뢰를 준다. 국정운영은 실험이나 모험이 아니다.

이 후보는 정치적인 빚이 거의 없다. 그는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반대급부를 약속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아무런 정치적 부담 없이 일관되고 강력하게 개혁 작업을 펼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장점〓민주당 노 후보가 지닌 장점은 패기와 야망이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고시에 합격했고, 짧은 법관 생활과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이 되었다. 그는 야망을 갖고 주어진 현실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 서민적 이미지와 말솜씨도 대중 정치인으로 큰 장점이다. 미디어정치의 시대에는 내용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의 단점〓노 후보 리더십의 문제점은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고 그래서 불안하다는 점이다. 경력, 이념, 가족관계, 재산형성, 정책 등에 대해 따지려고 들면 말을 바꾸면서 구렁이 담 넘듯 비켜간다. 부처님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설법했다면서 합리화하려 들지만 어찌 자신을 부처님에 견줄까. 아무튼 노 후보는 이미지만 있을 뿐 그 실체를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불안하다.

패기 있는 도전 또한 개인의 삶의 방식으로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국가운영의 방식으로는 실로 불안하다. 국제적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세계화 시대에 ‘한국호’를 제대로 운항해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노 후보와 민주당이 재집권했을 때 한국정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 후보 단점에 대한 반론〓이 후보의 리더십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 문제는 연령 자체가 아니라 가치관일 것이다. 이 후보가 퇴영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면서도 근거는 대지 않고 있다. 또 권력기반의 폐쇄성 운운하면서 마치 이 후보가 특정 학교 출신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그리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지의 지역성은 노 후보가 훨씬 심하다. 민주당이야말로 호남지역당이다. 이를 의식한 노 후보는 자신이 이기면 민주당이 노무현당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당권까지 장악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이 후보에게서는 3김정치의 잔영만 보이지만 노 후보는 3김정치의 계승자이다. 누가 더 구시대적인가

이영조(李榮祚·정치학)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교수

※필자는 한나라당 추천

▽노무현 후보의 장점〓노 후보 리더십의 요체는 통합과 개혁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지역주의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하였지만 그 약속을 노 후보만큼 몸으로 실천해온 정치인은 드물다.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 왔던 통합의 정치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그를 통해 영남과 호남, 부산과 광주, 자갈치시장과 금남로 사이에 가로놓였던 배타적 장벽이 해체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의 또 다른 한 축은 변화를 수용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개혁의 리더십이다. 학연, 계보, 혈연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는 현상유지를 바라는 주류도 아니고, 과거로의 복귀를 꿈꾸는 기득권 세력도 아니다. 국민의 감동과 참여를 매개로 만들어지고 있는 그의 집권은 3김식 구정치와의 단호한 결별이자 특권적 사회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장점〓이 후보의 리더십은 주변을 압도하는 강력한 권위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집안과 학력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두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한 드문 정치지도자이다. 대법원장,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두루 거친 화려한 경력은 행정 수반으로서의 그의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보증한다.

▽이회창 후보의 단점〓이 후보의 리더십은 구시대적인 것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외국의 경우 체제나 권력구조와 상관없이 지도자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지식정보화 시대의 공통된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퇴영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과 학연이라는 폐쇄적인 권력기반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지방권력과 중앙권력을 차지한 제1당의 총재로서 이 후보는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비판과 정쟁으로 일관하였다. 이 후보의 리더십이 가진 폐쇄성은 한나라당과 그의 주변에 경기고 서울대 영남이라는 세 가지 자격조건과 무관한 정치인이 대단히 드물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젊은 세대의 이 후보 지지율 저조는 이회창식 정치에서 3김정치의 잔영을 찾아내었고 그의 호전적 대북정책에서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요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노 후보의 단점에 대한 반론〓노 후보는 흠이 없는 완벽한 철인은 아니다.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후보는 더욱 아니다. 판사 및 변호사로서의 사법 경험, 두 번의 의정활동의 입법 경험, 장관으로서 행정 경험을 두루 거친 그를 놓고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 나라에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그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천의 정치인이다. 그의 이미지는 매스컴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적 이미지가 아니라 특권과 지역주의에 맞서는 과정에서 형성된 실체와 부합하는 이미지이다. 노 후보에 대해 국제적 경험의 부재를 지적한 점은 오히려 이 후보에게 돌아갈 부메랑이 아닐까 싶다.

한양대 정상호(鄭相鎬·정치학) 교수

※필자는 민주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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