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당선확정” 한마디에 방송3사 社運 걸었다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8시 12분


전자 개표기의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 3사는 ‘2002 대선 개표 방송’에서 당선자 예측발표 경쟁을 더 치열하게 벌일 전망이다.
전자 개표기의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 3사는 ‘2002 대선 개표 방송’에서 당선자 예측발표 경쟁을 더 치열하게 벌일 전망이다.
제16대 대통령선거의 투표가 끝난 19일 오후 6시.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일제히 투표자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그리고 빠르면 밤 8∼9시경. 각 방송사에선 예측 시스템을 통해 사실상의 ‘당선 확정’을 앞다투어 선언할 태세다. 방송사들은 당선 확정의 조기 선언이 개표 방송의 승부를 판가름한다며 그동안의 자체 여론조사와 투표 당일 출구 조사의 정밀 분석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올해는 97년 15대 대선과 달리 ‘전자 개표기’ 도입으로 개표가 훨씬 빨라져 방송사들은 ‘당선 확정 선언’ 경쟁에 부추기고 있다. 올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자 개표기로 집계된 데이터를 각 방송사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방송사별 집계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각 방송사들은 또 오후 4시∼5시에 시작하는 개표 방송의 차별화를 위해 첨단기술과 연예인을 동원해 ‘그랜드 쇼’로 꾸밀 계획이다.

KBS는 오후 5시에 시작하며 홍기섭 이규원 김준석 황수경 앵커가 진행한다.

MBC는 오후 4시부터 엄기영 ‘뉴스데스크’ 앵커가 단독으로, SBS는 4시반부터 유자효 이영춘 김성준 정지영 앵커가 진행한다.

# 출구조사

97년 대선당시에는 MBC가 ‘오차한계 범위’(±2%) 이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방송사 중 유일하게 1% 차이로 김대중 후보가 앞섰다고 출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도 KBS는 한국갤럽-미디어리서치, MBC는 코리아리서치, SBS는 TN소프레스와 함께 출구조사를 실시한다. 만일 이번에도 출구조사결과 오차한계 범위 내에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경우 KBS측은 ‘혼전, 경합’으로 발표한다는 입장이지만, MBC와 SBS측은 “박빙의 승부도 뉴스”라며 조사결과 수치를 있는 그대로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MBC와 SBS는 출구조사에서 ‘투표 수거함’(Ballot Box) 방식을 활용한다. 유권자에게 직접 구두로 지지 후보를 묻는 대신 직접 용기에 기입해 상자에 넣도록 하는 방식으로 익명성을 보장한다. MBC와 KBS는 각각 유권자 3700명, 2000여명의 패널집단의 후보지지 성향 변화를 1∼3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오후 6시에 함께 발표한다.

# 당선자 확정선언 경쟁

개표율이 20%이상 집계되는 오후 8시가 넘어서면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KBS는 선관위의 공식 개표자료와 여론조사, 출구조사, 역대 선거 자료 등을 토대로 당선자를 예측하는 ‘디시전-K’ 시스템을 운용해 당선자를 예측한다.

MBC도 20년동안 역대 선거 방송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분석하는 ‘윈 윈(Win-Win)시스템’을 통해 당선자를 예측한다. SBS는 늦어도 오후 9시 이전 ‘당선자 전망대’란 프로그램을 별도로 만들어 화려한 그래픽을 곁들여 ‘SBS 당선자 선언’을 할 계획이다. SBS선거방송기획단 김형민부장은 “개표 도중 1, 2위간 박빙의 상황이더라도 SBS 예측 시스템상에서 최종 득표율이 산출되면 당선자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는 “투표 몇일 전까지 부동층이 20∼30%나 되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의 무리한 속보 경쟁은 방송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첨단기술이 동원된 ‘쇼’

KBS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97년 대선 때 히트쳤던 ‘주유 미터기식’ 개표현황 표시에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MBC는 18시간반 동안의 선거방송 전체를 선거방송사상 최초로 고화질(HD)TV로 제작할 예정이다. SBS는 앵커의 정면과 뒷면 등 360도 촬영이 가능한 최첨단 멀티 큐브 다중방송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연예인들도 대거 출연한다. MBC는 본 스튜디오 외에 MC 임성훈과 개그맨 김용만, 이경실 등이 출연해 선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특설무대를 마련했다.

SBS도 명동 밀리오레에 특설무대를 마련해 가수 장나라와 SBS드라마 ‘야인시대’‘별을 쏘다’의 출연진, 히딩크 감독 등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소망을 전한다. KBS도 개표방송 도중 ‘개그콘서트’팀이 나와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에 대한 개그를 펼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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