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의 대선영향]87년'껑충' 92년'약세' 97년'폭락'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7시 28분



대통령 선거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부동산업계에서는 “각종 개발 공약이 난무하고 막대한 선거자금이 뿌려지기 때문에 ‘영향이 있다’”는 얘기가 상식처럼 얘기돼 왔다. 하지만 1987년 이후 치러진 3번의 대선 이후 집값 동향을 보면 이는 부동산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막연한 기대감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7년 대선 이후에는 집값과 땅값이 크게 뛰었다.

집값을 보면 95년 12월 말을 100으로 지수화했을 때 87년 말 69.6에서 출발해 △이듬해인 88년 말 78.8 △89년 말 90.3 △90년 말 109.3 △91년 말 108.7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에 땅값은 87년 한 해 동안 15%가 오른 것을 시작으로 88∼91년까지 매년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를 계기로 대선을 거치면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른다는 ‘대선 대망론(大選大望論)’이 상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92년 대선 이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집값은 △92년 말 103.3에서 △93년 말 100.3 △94년 말 100.2 △95년 말 100.0 △96년 말 101.5로 제자리걸음을 거듭했다.

땅값 변동률도 △92년 -1.27% △93년 -7.38% △94년 -0.57%로 계속 떨어지다가 95년에 가서야 0.55%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 시기에 88∼92년까지 추진됐던 주택 200만가구 건설사업으로 몸집을 불릴 대로 불렸던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경영난에 빠지고 연쇄부도를 내기 시작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97년에는 대선 이후 부동산시장이 사상 유례 없는 폭락 장세를 보였다. 집값과 전세금이 이듬해인 98년 중순까지 평균 30% 이상 추락했고 땅값도 98년 한 해 동안 13% 이상 떨어졌다.

이때부터 ‘한국에서 부동산을 사 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신화(不敗神話)’도 깨졌다.

올해도 대선이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얼어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년의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가 상승률 5% 미만의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대선이라는 이벤트가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또 87년의 부동산 시장 호황은 대선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당시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70%를 밑돌 정도로 주택이 부족한 상태였고, 88년 올림픽 특수와 함께 한국 경제가 저금리, 저유가, 낮은 원화가치(원화환율 상승) 등 이른바 ‘3저(低) 특수’를 누리면서 주택수요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대선이 부동산 시장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는 분석이 많다.

후보들이 내놓은 국토계획이나 주택관련 공약 가운데 일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더욱이 한국처럼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 ‘부동산 테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선 주자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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