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보행자사고死 60% 무단횡단

  • 입력 2002년 12월 8일 19시 36분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운전자 등에 대한 단속이 집중적으로 실시되고 과속 단속 무인카메라가 대대적으로 설치되면서 최근 몇 년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보행자 사고, 특히 무단횡단에 따른 사망은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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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사고 유형 분류가 복잡해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으나 교통전문가들과 경찰은 보행자 사고 사망자 중 약 60%가량이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 무단횡단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는 것은 보행자에 대한 안전대책이 상대적으로 미흡했고 보행자들의 안전의식 또한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개선책으로 경찰은 무단 횡단 보행자를 발견하고도 정지하지 않는 차량 운전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지난해 개정했다. 이에 따라 승합차는 5만원, 승용차 4만원 등의 과태료가 신설돼 단속이 강화됐지만 아직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월드컵을 앞두고 경찰과 함께 올 3월 기초질서 위반행위 단속을 벌여 26만5569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무단횡단은 5만5968건으로 불법주정차 16만여건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아직 보행자들의 질서의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들이 법규를 준수하는 것과 함께 보행자를 위한 안전시설물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설재훈(薛載勳) 전문위원은 “무단횡단이 빈번한 지점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횡단이 위험한 지역은 인도에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행이 많은 지점인데도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아 무단횡단을 방조하는 지점에는 횡단보도를 설치해주고 횡단이 위험한 지역은 인도에 가드레일을 설치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

또 지방도 등 한적한 도로에는 별도의 인도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무단횡단은 물론 보행자 사고도 빈발하기 때문에 최소한 가드레일이 설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 6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이 발생한 지방도도 인도와 가드레일이 없어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았던 곳이다. 반면 일본 도쿄 중심가에는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 지점 이외의 인도에 가드레일을 설치해 무단횡단을 막고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시켜 안전도를 높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술을 마시고 무단횡단할 경우 판단력이 흐려지고 몸을 가누지 못하므로 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연말 각종 모임에서 과음한 뒤에는 보행자들 스스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시설을 보완할 수는 있으나 무단횡단은 보행자의 안전의식이 높아져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보행자는 차량이나 운전자와 달리 별다른 보호장구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사고예방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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