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가치 떨어뜨리는‘賞홍수’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05분


프로야구는 바야흐로 시상식의 계절이다. 무슨 상이 그렇게도 많은지. 지방에 연고를 둔 팀의 이름 깨나 있는 선수라면 아예 서울에 상주해야 할 정도다. 하기야 이승엽쯤 되면 그리 나쁠 것도 없다. 모든 대상을 휩쓸고 있는 그로선 연말 상금수입만 해도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능가할 테니까.

하지만 너무 상이 많다 보니 그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게 문제다. 이승엽을 빼곤 시상식마다 부문별 수상자가 다르니 누가 무슨 상을 받았는 지 기억하기조차 힘들다. 시상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관하는 공식 시상식도 문제 투성이다.

먼저 투표권. 야구기자들은 프로 출범부터 나눠먹기식의 투표권을 행사해왔다.

KBO에 등록된 모든 야구기자가 1표씩을 행사하는 골든글러브를 빼곤 올해는 전문지가 7표, 종합지와 방송은 3표씩으로 정해졌다.

이러다 보니 언론사별로 몰표가 나오고 더욱이 몇 개 언론사가 담합만 하면 수상자를 바꿔치기할 수도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언론사별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 대기자로 인정받는 30명 안쪽의 전문가들이 수상자를 뽑는다.

후보자 선정도 문제다. 최우수선수(MVP)를 예로 들어보자. 부문별 타이틀 홀더를 중심으로 후보를 뽑다 보니 단 1표도 얻지 못하는 함량 미달의 후보가 속출한다.

지난해 무관에 그쳤던 루이스 곤살레스가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당당 3위에 올랐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KBO의 공식 시상에는 감독상을 비롯, 사이영상 같은 투수상,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처럼 선행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 등은 없고 그나마 MVP와 신인왕을 하루에 모두 발표해버려 야구팬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우리도 지혜를 모아 좀더 나은 시상식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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