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린이의 희망'을 앗아간 나라

  • 입력 2002년 12월 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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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말 그랬다. 비록 먹을 것, 입을 것은 넉넉하지 못했어도 집안은 늘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어른들은 일터로 나가면서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렸고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을 보면서 앞날을 설계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불과 수십년 전 우리의 자화상이지만 이젠 먼 옛날얘기가 됐다.

교육개발원이 저소득층 초중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30.6%의 학생들이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대답한 것이다. 모든 게 아름답고 신기하게 보이는 청소년기는 한창 희망에 부풀 나이가 아닌가. 어른들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무엇이 아이들의 웃음과 생기를 앗아갔을까. 이 조사가 저소득층에 대한 연구인 만큼 가난에서 비롯된 좌절감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사회적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희망의 문’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열어 주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번 조사를 소득계층이 다른 가정의 학생에게 실시했더라도 결과는 엇비슷했을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한 초등학생이 ‘물고기처럼 자유스럽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말해 주듯 청소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아이들을 옥죄는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고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의 능력과 소질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이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혼율 세계 3위’라는 통계에서 나타나듯 이혼에 따른 결손가정이 늘고 있고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가족이 대변혁기를 맞았는데도 사회적 제도와 의식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아이들은 소외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정으로부터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받지 못하니 아이들이 동심을 잃고 방황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아이들마저도 웃음을 잃었다면 우리 사회 어디에서 희망의 싹을 발견할 것인가. 어른들은 한시바삐 아이들에게 희망을 찾아 주고 웃음을 되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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