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서울 윤락가 재개발

  • 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42분


▼철저히 준비해 윤락업소 근절 계기로▼

속칭 ‘텍사스촌’이라 불려온 윤락가는 30여년간 명맥을 이어오면서 대규모 홍등가로 자리잡아왔으며 1996년 이후 대대적인 단속에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밀한 호객행위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건물 소유주들의 합의에 의한 업종변경과 무허가 건물 철거, 상업시설과 뉴타운 신설 등의 재개발계획을 통해 윤락업소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시민들이 반길 만한 대안이다. 여성인권과 사회정화,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그동안 이들 지역부터 먼저 재개발이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한편에선 윤락가 재개발로 인해 매매춘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떠넘기는 효과를 낳는다는 부정적 견해도 있지만 그렇다고 오랫동안 ‘윤락가’라는 오명을 얻어온 지역들의 개선을 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서울시와 해당구청은 이번 재개발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다하기를 당부한다.

박건율 gun-yu-ri@hanmail.net

▼종사자 생계대책 마련후 정리 나서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도 서울에 가장 큰 사창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서울시에서 이들 사창가를 말끔히 정리한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창가를 정리하기에 앞서 그곳에 터 잡고 사는 포주나 윤락녀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없이 사창가를 정리해버린다면 이들은 유일의 생계수단을 잃어버리는 것이므로 그 혼란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의 인권과 생활권도 보호하고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서울시는 이들에게 새로운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일정 기간 생계보조비를 지급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사창가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된다.

엄미희 대전 서구 삼천동

▼주택가로 번지지 않도록 사후 관리를▼

서울을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윤락가를 재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윤락가를 없애면 그곳에 살던 윤락녀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과거 사례를 보면 재개발을 한 지역 윤락녀의 95%가 티켓다방이나 안마시술소 등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다시 주택가 주변으로 파고든다면 아이들이나 청소년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다. 티켓다방이 즐비한 신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학교 선생님이 “꿈이 뭐니”라고 물었더니 열명 중 일고여덟은 “커피 배달이 꿈”이라고 했다는 것이다.이처럼 윤락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주택가 주변으로 파고드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들이 사회에 온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예산을 별도로 짜서 이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운 뒤 개발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이지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뿌리 뽑긴 어려운 일… ‘공창제’ 도입을▼

최근 서울시에서는 윤락가 몇 곳을 재개발 방식으로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의도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직업 중에서도 ‘매춘’이라는 ‘특수직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할 정도로 그 역사가 장구하다. 매춘 단속이란 사실 불법주차 단속과도 같아서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바람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한 쪽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현재의 윤락가를 정비하거나 철거하더라도 이들은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파고들어 기생하게 될 것이다.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윤락가 몇 곳을 재개발 내지는 철거하는 방식으로는 항구적인 윤락가 정비의 묘수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일이지만 어쨌든 이제는 신중하게 구간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공창(公娼)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건 어떨까 싶다. 공창제를 실시해 관할 행정당국으로 하여금 보건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면 에이즈 등의 확산 방지에도 일조 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홍관호 대전 동구 가양2동

■‘미아리 등 서울의 윤락가 재개발’ 문제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집계결과 재개발 찬성 61.5%, 반대 38.5%였습니다.

다음주 ‘독자토론마당’의 주제는 ‘대선 TV토론 군소 후보 별도 진행’입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후보 3명이 격돌하는 분야별 TV합동토론은 세 차례 열립니다. 반면 군소 후보들은 별도로 한 차례의 TV토론만 갖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로국민연합은 헌법에 규정한 선거운동의 기회균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대통령선거 방송토론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습니다. 군소 후보들에게 상대적으로 기회를 덜 주는 TV토론 방식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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