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래서 국정원은 개조돼야 한다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22분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국가정보원이 최우선적으로 수술대에 오를 것 같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폐지에 준하는 대대적 개혁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국내사찰업무 폐지를 공언했으니 이나저나 국정원이 매를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는 현 정권이 개명까지 하며 요란스럽게 추진했던 정보기관의 탈바꿈작업이 허울에 그쳤음을 의미한다. 현 정권은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안전기획부 시절을 거쳐 37년 동안 내려온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부훈도 ‘정보는 국력이다’는 원훈으로 바꿨지만, 일부 국정원 관계자들은 계속 음지에 숨어서 일탈행위를 거듭했다는 뜻이다.

실패는 도처에서 확인된다. 집권 첫해가 저물기도 전에 터진 ‘국회529호사건’은 국정원이 여전히 정보정치의 구태를 벗어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또한 집권 후반기에 잇따라 불거진 각종 게이트엔 어김없이 국정원 관계자들의 수상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연간 수천억원대의 국정원 예비비는 아직도 국회심의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 정권도 출범 후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첫 단죄 대상으로 삼은 게 안기부였다. 1997년 대선 때의 ‘북풍(北風)’ 사건과 관련해 권영해 전 부장과 박일룡 전 1차장 등을 구속하면서 전 정권의 얼룩을 지우려 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얼룩으로 덧칠만 한 꼴이 됐다. 대통령 측근들이 지도부를 장악하고 특정지역 인맥이 조직을 좌지우지하면서 국정원은 저절로 국민의 정보기관이 아닌 ‘정권의 파수꾼’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도청의혹도 체질 개선 없이 문패만 바꿔 단 국정원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 개조론은 이미 공론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만큼 ‘도풍(盜風)’ 역시 북풍처럼 대선 후 국정원에 거센 회오리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이 도청을 했어도 문제이고, 국정원 주장대로 사설기관의 도청을 단속하지 못했어도 문제인 때문이다. 남의 손에 개혁을 당하기 전에 국정원이 먼저 달라질 것을 촉구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