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권영길 후보 TV토론

  • 입력 2002년 11월 26일 22시 56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는 26일 저녁 KBS MBC SBS iTV YTN 등 5개 방송사가 생중계하는 TV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는 22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단일화 TV토론’(112분)에 대한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 후보의 토론회는 서울 남산 리빙TV 스튜디오에서 65분간, 권 후보 토론회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45분간 실시됐다.》

▼李 ˝집권하면 김정일과 정상회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26일 이날 TV토론에서 젊은 유권자를 겨냥해 ‘딱딱하지 않는 젊은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최근 의정부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국민여론이 부정적인 것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젊은 직장인의 내집마련, 국민연금, 부부싸움 등 젊은 층이 관심있는 사안을 집중적으로 답변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단일화는 정책구상을 밝힌 뒤 국가를 이끌 지도자를 결정해야 했지만, 이회창을 이길 수 있는 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비판했다.

이 후보는 대선구도가 ‘보수 대 진보’가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막는데 노력했다. 그는 “한나라당에도 이부영 홍사덕 의원 같은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사람이 많다. 노 후보가 부패정권에서 장관을 지내는 등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한다고 하며서 진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교체란 모든 것이 새로 바뀌는 상황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또 “대통령이 되면 가까운 시일내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핵문제 등 새 정부가 풀어야 할 남북문제를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전에 이 후보가 참여했던 TV 토론회와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가수 김건모, 개그맨 김대희 등을 질문자로 섭외해 “술 마신 뒤 필름이 끊긴 적이 있느냐” “최근에 본 영화평을 해 달라”는 질문도 받았다.

특히 건강관리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깍지를 끼고 허리를 굽혀 손바닥이 스튜디오 바닥에 닿도록 해 유연한 신체를 과시해 ‘나이가 많다’는 이미지를 없애려고 시도했다. 이 후보는 특히 “집사람은 내가 숏다리라서 쉽게 된다” “키가 작고 머리가 커서 맞는 모자가 없다”고 말해 솔직한 면모를 부각시키려 했다.한편 한나라당측은 이번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이 후보의 보수적, 반통일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부드럽고 안정된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고 자평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토론회가 끝난 직후 “다른 후보에 비해 각종 정책에서 철저히 준비된 후보임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權 “女中生희생 정부는 뭘 했나”▼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는 26일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3인 공동으로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권 후보는 이날 저녁 ‘국민대토론회’에서 “여중생 2명이 장갑차에 깔려 죽고 미군은 그들만의 재판을 통해 ‘죄가 없다’고 판결하는데, 우리 정부는 뭘 하고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권 후보는 한 백혈병 환자로부터 “치료약인 글리벡의 보름치 가격이 150만원으로 너무 비싸다”는 사연을 듣고는 “연간 11조원의 부유세를 거둬 돈 때문에 고통받는 난치병 환자들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과 노 후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한 방청객에게 “노 후보는 이 후보와 다를 게 없다”며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드는 일은, 이번 대선에서 내가 100만표를 받으면 10년 걸리고, 500만표를 받으면 5년, 1000만표를 받으면 당장 해결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삭발투쟁을 하고 있는 노조원과 임대상인,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단체 간부 등 100명이 참석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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