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창호만 넘으면…” 이세돌 LG정유배바둑 우승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42분


‘이창호 9단 외에 나를 이길 자는 없다.’

이세돌 3단(19·사진)이 국내 2인자의 위치를 굳혔다. 이 3단은 20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7회 LG정유배 결승 4국에서 최명훈 8단에게 백 불계승을 거두며 3승 1패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우승상금 4500만원.

올해 KTF배 우승에 이어 국내기전 2관왕. 8월 세계대회인 후지쓰배 우승까지 합치면 3차례나 우승컵을 안았다. 6관왕인 이 9단에 이어 최다 타이틀 보유자가 된 것. 이 외엔 조훈현 9단이 KT배, 박영훈 3단이 천원전 등 각 1개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LG정유배가 시작되기 전 이 3단과 최 8단의 역대전적은 3승 6패로 뒤져 있었다. 게다가 최 8단은 LG정유배 결승에 이번을 포함해 5번이나 오른 터줏대감. 바둑계에선 이 3단이 기량과 기세 면에서 우세하나 최 8단의 저력과 LG정유배와의 질긴 인연을 근거로 박빙의 승부를 예측했다.

하지만 이 3단의 강력한 창은 최 8단의 두꺼운 방패를 뚫어버렸다. 4국에서도 최 8단이 초반 두터움을 쌓으며 절대 우세의 국면을 만들었지만 이 3단의 노도와 같은 기세에 무너졌다.

이 3단의 올해 성적은 52승 24패로 승률 64%. 최다승 부문에서 공동 3위에 올랐으나 승률은 70%에 이르는 다른 정상급 기사들보다 낮은 편이다. 어이없이 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가 집중력을 발휘해 둘 때는 일반 예선이나 본선 때와 분명 다르다는 것이 바둑계의 중론. 이 3단은 결승전이나 도전기까지 올라가면 이창호 9단을 제외하곤 한번도 타이틀 획득에 실패한 적이 없다. 아직 조훈현 유창혁 9단이 건재하고 박영훈 3단, 송태곤 2단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무섭지만 이 3단은 그 틈새를 비집고 이제 2인자의 위치에 섰다. 그의 창끝은 이 9단을 겨누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기량면에서 이 9단보단 나은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피력했다. 2000년 LG배 세계기왕전, 2002년 왕위전 등에서 아픔을 겪긴 했지만 다시 도전 기회가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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