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변칙의결…법사위 파행 거듭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36분


국회는 사실상 이번 회기 마지막날인 14일까지도 법사위의 부패방지법 개정안 처리와 경제자유구역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놓고 파행과 진통을 거듭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례가 없는 편법까지 동원해 단독으로 부패방지법 개정안과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한나라당은 앞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부패방지위원회에 대통령의 친인척비리 수사 및 특별검사제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부패방지법안을 의결하려 했으나 민주당의 유일한 참석자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퇴장하는 바람에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소위는 한나라 4명, 민주 4명, 자민련 1명으로 구성돼 있어 단독처리가 불가능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국회 전문위원에게 문의를 거친 뒤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2개 개정안에 대한 안건상정 여부를 먼저 표결로 통과시킨 뒤 이어 개정안들을 의결해 버렸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한나라 8명, 민주 6명, 자민련 1명이어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의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을 전체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안건을 직접 상정한 전례가 없어 그 효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법사위에서 8년 이상 활동했지만 이런 불법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처음 본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김태식(金台植) 국회부의장에게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요구했으나 결국 김 부의장은 직권으로 상정을 거부해 법안 처리는 내년으로 넘어갔다.

양 당은 또 이날 경제자유구역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해당 지역구 의원들과 노동계의 반발에 지나칠 정도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여야정 대표들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간담회를 갖고 당초 재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원안에 가까운 경제자유구역법안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이 있어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정부 원안을 재경위가 전국 어디라도 지정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 놓았다가 결국 노동계의 압박에 밀려 다시 원상 복귀시킨 셈. 이 과정에서 양 당은 ‘개정안은 통과 3개월 후부터 시행한다’는 조항을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로 바꿔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벌어진 토론에선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민주당 박인상(朴仁相), 부위원장 출신인 한나라당 윤두환(尹斗煥·울산북) 의원 등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다” “노동 환경 교육 의료 등 국민생활 전반에서 현행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지역적 차별요소가 많다”며 반대논리를 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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