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살인피의자 공범 박모씨 물고문 했다"

  • 입력 2002년 11월 8일 15시 36분


서울지검 강력부 수사관들이 살인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던 중 숨진 조천훈씨의 공범 박모씨(구속)에게 '물고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와 파문이 일고있다.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 사망' 사건을 조사중인 대검 감찰부(박태종·朴泰淙 검사장)는 8일 "지난달 25일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수사관 두 명이 조사실 안 화장실 안쪽에 박씨의 상반신을 눕히고 얼굴에 흰색 수건을 덮은 뒤 10여분간 서너 차례 바가지로 물을 부었다는 박씨의 주장이 신빙성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찰팀은 참고인 3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박씨가 젖은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던 것을 봤다고 진술했고 박씨 변호인에게서도 이런 주장을 들었다는 진술이 확보돼 '물고문'이 실제로 행해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관련기사▼

- '물고문' 실상과 파장

▼연합뉴스 관련기사▼

- 되살아난 물고문 '악령'
- 청와대 "고문 반드시 근절"
- 박태종 대검 감찰부장 일문일답
- 검찰 '물고문' 정황확인 파장

이에 따라 검찰은 정밀 검증 작업을 통해 물고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 사건으로 구속된 홍경령(洪景嶺) 전 검사와 수사관 3명의 공소 사실에 '물고문'을 한 혐의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박씨를 조사했던 수사관들은 "물고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고, 감찰팀은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에 대한 현장검증에서 물고문에 사용됐다는 바가지와 물수건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찰팀은 숨진 조씨에 대해서는 물고문이 행해졌다는 증거나 진술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감찰팀은 홍경령(洪景嶺) 전 검사와 수사관 등 조씨 사망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4명이 조씨와 박씨 외에도 조사실에서 달아난 최모씨 등 다른 공범과 참고인 6명에 대해 조직적으로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정황을 확인하고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홍 전 검사 등 4명 외에 다른 수사관 5,6명이 조씨에 대한 가혹 행위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박씨 등 다른 피의자를 폭행한 혐의를 잡고 가혹행위 가담 정도를 따져 1,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조씨 등에 대한 조사 당시 특조실내 CCTV(폐쇄회로TV)가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을 중시, 재발방지 대책의 하나로 CCTV 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규정과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국가인권위원회의 실지조사 과정에서 조씨가 숨진 서울지검 특별조사실의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서 50㎝크기의 경찰봉이 발견됨에 따라 이 경찰봉이 범행에 사용됐는지 여부도 조사중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피의자 사망' 사건 일지▼

▶ 10월25일

- 오후 9시 살인사건 피의자 조모씨 서울지검 연행

▶ 10월26일

- 오전1시∼오전2시 홍경령 전 검사 조씨 직접신문

- 오전2시30분 수사관 채모씨 조씨 구타.가혹행위 시작

- 오전8시∼오전8시30분 조씨 신체이상 호소

- 오전10시30분 홍 전 검사 조씨 신체이상 확인

- 낮 12시30분 강남성모병원 후송

- 오후 8시 조씨 사망 공식 확인

▶ 10월27일

- 오전 10시 검찰, 국과수에 조씨 부검 의뢰

- 오후 1시30분 검찰, 조씨 사망 공식 발표

- 오후 11시 검찰, 수사관 3명 소환조사

▶ 10월28일

- 오전 9시 조씨 사망 검찰총장에 정식보고

대검 감찰조사 착수

- 오전 10시30분 조씨 공범 박모씨 영장실질심사에서 `물고문' 주장

▶ 10월30일 수사관 3명 구속

▶ 11월2일 김진환 서울지검장 대국민사과문 발표

국과수 부검결과 검찰에 통보

▶ 11월4일 이명재 전 검찰총장 대국민사과문 발표.사표제출

김정길 전 법무장관 사표제출

▶ 11월5일 홍 전 검사.노상균 전 서울지검 강력부장 사표제출

▶ 11월6일 홍 전 검사 구속

▶ 11월7일 검찰, "조사단계 변호인 참여 허용 검토"

▶ 11월8일 검찰, 박씨에 대한 `물고문 가능성' 시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