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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4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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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 배경락(裵慶洛·38·경북 청도군 청도읍)씨는 3년동안 뒷바라지를 해준 김정남(金正南·24)씨를 4일 ‘천생배필’로 맞았다.
이날 오전 경북 안동시민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합동결혼식. 배씨 부부는 엄이웅(嚴二雄) 경북도 정무부지사의 주례사가 이어지는 동안 내내 손을 꼭잡았다. 이날 결혼식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10쌍 가운데 9쌍이 배씨 부부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결혼이었던 것. ‘장애’가 사랑의 장해물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양쪽 가족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축복을 듬뿍 받고 결혼식을 올렸는데 앞으로 잘해야지요. 그동안 부모님께도 말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는데 이젠 후련합니다. 다음달 태어나는 아이를 위해서도 떳떳한 부모가 될 겁니다. ”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구시내 아파트 단지의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던 배씨는 98년 1월 어느날 아침 느닷없이 닥친 척수 이상으로 그만 일어나지 못했다. 전국 곳곳의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얼마나 방황했는지 모릅니다. 죽고 싶은 심정 뿐이었어요. 주변 정리라도 해야겠다싶어 책상서랍을 뒤지는데 5년전 편지를 몇 번 주고 받았던 사람의 연락처를 봤어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했습니다.”
어렵게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반려자로 삼기로 마음을 맺었다.
“몸이 불편한 줄 처음엔 몰라 놀랐어요. 고민이 됐지만 제가 꼭 필요할 것 같아 마음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께서도 사람만 좋으면 몸 불편한 건 아무 문제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아내 김씨는 “이제 결혼식을 올리게돼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무척 좋아하실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씨는 3년째 청도읍에 있는 재활공장에서 자동차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결혼식 전날 배씨 부부는 “나이 차이가 많지만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제주도 신혼여행 동안 좋은 꿈을 꾸고 앞날을 설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장애인재활협회는 96년부터 결혼상담실을 운영하고 장애인 맞선행사 등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그동안 영·호남 장애인 등 59쌍이 보금자리를 꾸몄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