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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4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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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면 항상 활기가 넘칩니다. 싸다고 목청을 높이는 리어카 상인, 엄마 손을 붙잡은 꼬마, 파란 눈의 외국 여행객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시장은 북적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재래시장에 손님이 자꾸 줄어든다고 합니다. 고급 물품을 찾는 손님은 아예 백화점으로 가고 싼 가격을 원하는 고객은 할인점으로 갑니다.
관광객들은 꾸준하게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을 찾지만 정작 물건을 잘 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점점 봄, 가을이 사라지는 현상도 재래시장 의류상인의 힘을 빼 놓습니다. 철이 바뀌면서 찾아오는 대목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봄, 가을 옷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입니다.
실제 동대문시장 의류도매상가 ‘광희시장’ 내 청바지를 전문으로 하는 한 의류매장은 가을 옷 재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10월 말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자 가을 옷을 팔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죠.
재고가 너무 많아 3평 남짓한 매장에 다 둘 수 없게 되자 주인은 길거리에 청바지를 쌓아두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업시간이 지나도 퇴근을 못합니다. 원래 영업시간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이지만 요즘은 길거리에 내놓은 재고를 지키느라 24시간 근무를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싼값에 재고를 다 팔아버리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덤핑 처리를 하면 유통질서가 무너져 다른 상인까지 다 망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11월 중순경 날을 정해 도매상가 내 모든 매장이 일제히 가을 옷을 세일할 예정”이라고 덧붙이더군요.
이번 주말에 아이들 손을 잡고 재래시장에 한번 나가보시면 어떨까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물건을 파는 상인이나 물건값을 깎느라고 흥정을 벌이는 손님 등 재래시장의 풍경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겁니다.
지하철 요금을 빼고도 어느 정도 잔돈이 남았다면 겨울 양말도 하나 사고, 길거리 오뎅도 한번 먹어보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요.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