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디지털가전 업체들 "명품 이미지를 빌려라"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7시 39분


가정용 게임기 X박스를 활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홈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마쓰시타의 앰프와 스피커 시스템을 써서 가정 내에서도 고품질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태한기자
가정용 게임기 X박스를 활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홈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마쓰시타의 앰프와 스피커 시스템을 써서 가정 내에서도 고품질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태한기자
사진 전문가인 이종현씨(38)는 최근 백화점 전자제품 매장에 들렀다가 진열된 디지털캠코더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디지털캠코더에 사진 전문가들도 큰 맘 먹어야 살 수 있는 독일 광학전문 회사의 렌즈가 달려 있었기 때문. 이씨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캠코더가 전문가를 위한 고급제품이 아니라 일반 가정용이라는 판매원의 설명이었다.

디지털 가전 시장에 명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홈네트워크, 홈시어터 등 복합기능 가전 시장이 커지면서 기술적 기반이 취약한 주요 구성품을 명품 업체에서 아웃소싱하는 가전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

국내외 가전업체들은 주로 카메라 렌즈, 스피커, AV앰프 등 광학 및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의 세계적인 명품을 제품 속에 끼워넣는 방법으로 자사 제품의 성능과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고소득층이나 신세대 명품족을 겨냥한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판매도 늘고 있다.

▽명품 업체를 잡아라〓LG전자는 홈시어터시스템 일부 모델에 세계적인 스피커업체인 JBL의 스피커를 끼워 팔고 있다. 이는 자사의 홈시어터시스템이 전문업체의 시스템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켜 고급 사용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일본 도시바는 하이파이 오디오 전문업체인 온쿄와 손잡고 자사의 홈시어터시스템에 온쿄에서 만든 AV앰프와 스피커를 쓰고 있다. AV전문가 이수욱씨는 “가전업체들이 전문브랜드의 스피커와 앰프를 쓰면서 패키지형 홈시어터시스템에 대한 고급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디지털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영상기기에 세계적인 독일 칼자이츠의 렌즈를 사용함으로써 제품 이미지를 세계적 명품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이에 따라 사진 전문가들이 고가의 명품으로 사용해온 칼자이츠 렌즈는 소니 디지털 영상제품의 상징처럼 여겨질 정도.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기 ‘X박스’를 활용한 홈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일본 마쓰시타의 AV앰프와 스피커를 쓰고 있다.

삼성테크윈이 고가형 디지털카메라 제품에 세계적인 광학업체인 슈나이더의 렌즈를 쓰는 것도 같은 이유. 삼성테크윈은 최근 슈나이더 렌즈를 사용한 320만 화소급 고해상도 디지털 카메라 ‘디지맥스 350SE’를 내놓았다. 한국코닥이 최근 시판한 420만 화소급 디지털 카메라 ‘이지셰어 LS443’도 슈나이더 렌즈를 사용했다.

▽LCD에도 명품화 바람〓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가 실내 디자인 소품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LCD의 명품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LCD모니터는 오스트리아의 포르셰디자인이 디자인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이 굵은 탁월한 조형미 덕분에 시장에서 성능과 디자인 우수한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필립스코리아의 LCD모니터 ‘150P2’는 모니터의 받침대를 스피커 장착형이나 단순 받침대형으로 바꿔 쓸 수 있도록 한 탈착형 제품이다. LG전자는 디자인과 외장을 고급화한 LCD모니터 ‘568LM’을 시장에 내놓았다.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사장은 “LCD모니터의 성능과 기능이 평준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한 명품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소득층, 신세대 명품족을 잡아라〓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와인냉장고는 지난해 처음 수입된 이후 지금까지 100여대 판매됐다. 서울 강남 일대 부유층을 중심으로 와인냉장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삼성전자도 올해 연말쯤 와인냉장고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피스텔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신세대 독신자들은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LG전자의 소형냉장고 ‘뉴젠’은 개성과 디자인에 민감한 이들의 취향을 고려해 파스텔톤 컬러를 사용하는 등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썼다. 냉장고라기보다는 장식용 팬시가구의 느낌을 주도록 한 것.

이밖에도 가전업체들은 바쁜 아침식사를 위한 토스트 전자레인지, 오피스텔 공간에 맞는 3평형 에어컨, 직장여성들을 위한 화장품을 담는 냉장고 등 신세대 명품족을 겨냥해 특별히 고안된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GE 백색가전의 장철호 차장은 “프리미엄 제품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브랜드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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