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사격]한국, 북한에 실탄 5만발 제공?

  • 입력 2002년 10월 3일 14시 57분


한국이 북한에게 실탄을 제공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분명히 사실이다. 바로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북한 사격팀이 이번 대회에서 쓰고있는 경기용 실탄은 대한사격연맹이 지원한 것이다. 사격연맹은 지난달 30일 트랩탄 2만발, 소총탄 1만발 등 실탄 5만발과 클레이 사격에 쓰이는 접시 1만5120개를 북한측에 전달했다. 시가로는 1568만원 어치. 한국 실탄으로 무장한 북한은 2일 여자 트랩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사격연맹은 북한의 요청에 따라 사격복도 지원할 계획.

그래서인지 남과 북의 사격 선수와 임원들은 친구나 다름없을 만큼 스스럼이 없는 사이다. 소총 선수출신인 북한 사격팀 한동규 단장, 서길산 권총 감독 등은 70년대부터 국제대회를 통해 인연을 맺은 사격연맹 박종길 부회장, 한국대표팀 김관용 감독 등과 농담까지 주고받을 정도. 또 북한 선수들이 선수촌에서 배달된 '이동식사(도시락)'가 형편없다고 말하자 한국 선수단은 사격장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나눠먹고 있다.

사격장에서 틈틈이 대화를 나누는 남과 북의 선수들은 서로 다른 사격 용어 탓에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있다. 북한 여자사격의 간판스타 이혜경이 "세계 날치기선수권에서 우승했다"고 자신의 경력을 밝히자 처음에는 어떤 종목 대회였는지 알 수 없었다고. 날치기는 클레이를 뜻하는 말이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소총을 보총으로, 트랩은 참호대로, 스키트는 원형대라고 쓴다. 표적이 양쪽에서 나오는 더블트랩은 쌍발, 러닝타켓은 이동이라고 부른다는 설명에 한국 선수들은 신기한 표정이다. 총성과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사격장이 남과 북의 선수에게는 바로 화합의 무대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