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련 “이젠 김정일위원장을 장군님으로 부르지 말자”

  • 입력 2002년 9월 26일 18시 02분


북-일 정상회담 이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재일동포 사회가 동요하면서 북한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일본인 납치의혹은 일본의 날조”라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온 이들은 김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납치사실을 인정한 후 충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을 대하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협박과 괴롭힘까지 잇따라 “본국의 배신으로 우리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원망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 각지의 총련과 재일상공회조직에는 “본국에도, 총련중앙본부에도 배신당했다”, “납치사건을 몰랐다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총련집행부는 퇴진해야 한다”는 등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총련계 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모임에선 “이제 김 국방위원장을 ‘장군님’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정치색 없는 순수한 민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등의 강경발언도 터져 나왔다.

총련 산하기관인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긴키(近畿)지방본부는 최근 “식민지배 피해자 자손인 우리가 이제는 ‘가해자’ 입장에 처하게 됐다. 납치희생자와 가족에게 사죄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총련중앙본부는 정상회담 직후 피랍 일본인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서만술(徐万述) 의장 명의로 “납치문제가 양국간에 성실하게 해결되기 바란다”는 담화만 발표했다.

총련측은 북-일 정상회담 이후 총련계 동포나 학생들이 폭행미수 욕설 협박 등으로 괴롭힘을 당한 경우가 25일까지 총 291회에 달한다고 밝혔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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