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말 국회 저질 정치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52분


“야∼ 하순봉, 이회창이 대통령 될 거라고 자만하지 마. 이회창이 대통령 되면 난 이민 갈 거야.” “야∼ 천용택, 인간 말종.”

최근 이틀 동안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과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의원간에 오간 말의 한 부분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다. 원내 제1당의 대통령후보를 ‘이회창이’로 부르고 ‘인간 말종’이란 극언은 보고 듣기에 민망할 지경이다.

이런 막말 국회의 저질 정치에서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상대에 대한 원한과 증오로 똘똘 뭉쳐진 언어의 폭력이 난무하는 한 상생(相生)의 정치는 요원하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 같은 막말의 정치언어가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막말 정치는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인 권력구조의 파생물이다. ‘이회창이 대통령 되면 난 이민 갈 거야’는 권력을 잡으면 모든 것을 얻고 집권을 못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강박감의 적나라한 표현 아닌가. 막말은 때로 ‘보스에 대한 충성’을 나타내기 위한 효율적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 정치가 좀처럼 삼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이 그것이다.

이 구조적 폐단을 털어내지 못하면 국민의 정치혐오와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그것은 다시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록 권력구조와 정치풍토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막말 정치를 일회성 해프닝쯤으로 넘겨서는 안된다. 국회는 우선 품위유지 의무를 저버린 두 의원을 국회법에 따라 징계해야 한다. 그리고 두 당의 대표는 소속의원의 저질 발언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옳다.

막말 정치를 몰아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막말을 일삼는 의원은 반드시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 정치인이 진정 유권자를 두려워할 때 막말 정치는 사라질 수 있다. 그 또한 중요한 정치 개혁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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