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청문회때 밝히겠다?

  • 입력 2002년 8월 20일 19시 01분


“국회 인사청문회 때 밝히겠다.”

19, 20일 본보에 보도된 장대환(張大煥) 국무총리서리 ‘지상청문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장 총리서리측은 38억9000만원 대출 경위와 사용처, 재산신고 내용과 부동산 등기부의 차이 등에 대한 해명을 요청해도 “청문회 때 보자”며 답변을 피했다.

장상(張裳) 전 총리서리가 아들의 국적문제 등을 미리 해명했다가 청문회에서 말을 바꾸는 바람에 낙마한 전철을 밟지않으려는 의도인 듯했다. 총리실측은 “이번에는 조용히 있다가 청문회를 치르겠다”고 했고, 장 총리서리가 사장을 지낸 매일경제의 한 관계자는 “청문회에 대비할 시간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던 장 총리서리측은 본보가 대출금 사용처 의혹 등을 보도하자 비로소 해명을 하기 시작했지만 말은 계속 바뀌었다.

“대출금을 매경 자회사 주식 매입에 사용했다”고 했다가 ‘대출 이후에도 장 총리서리의 매경 자회사 주식 지분에 변동이 없다’는 사실이 본보 보도로 확인되자 이번에는 “매경TV 지분 매입을 위해 회사에서 빌렸던 가지급금을 갚는 데 썼다”고 말을 바꿨다.

4개의 골프장 회원권에 대해서도 “명의는 장 총리서리로 돼 있지만 소유권은 매경이 갖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20일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에게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모두 장 총리서리의 개인 회원권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되자 슬슬 넘어가려던 정치권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청문특위위원인 한 한나라당 의원은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제보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앞 뒤가 맞지않는 게 너무 많다”고 했다. 특위 민주당 간사인 설훈(薛勳)의원은 “장 총리서리가 잘못을 시인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장 총리서리가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청문회도 이제 닷새 남았다. 장 총리서리가 모든 의혹을 털어내고 내각을 이끌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승헌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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