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눈빛 카리스마’ 김남일 그가 돌아왔다

  • 입력 2002년 8월 11일 22시 29분


‘진공청소기’의 돌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진공청소기’ 전남드래곤즈의 김남일(가운데)이 11일 대전 시티즌의 정영훈(왼쪽) 등의 집중마크를 뚫고 공을 몰고 가고 있다.광양연합
‘진공청소기’의 돌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진공청소기’ 전남드래곤즈의 김남일(가운데)이 11일 대전 시티즌의 정영훈(왼쪽) 등의 집중마크를 뚫고 공을 몰고 가고 있다.광양연합
‘진공청소기’는 비마저 빨아들였다.

1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삼성파브 K리그 전남 드래곤즈-대전 시티즌의 2라운드 첫 경기. 50일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월드컵 스타 전남의 김남일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1만5936명의 축구팬은 비가 흩뿌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함성으로 경기장을 달궜다.

김남일이 교체투입된 것은 양팀이 1-1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던 후반 11분. 대전의 송곳 공세에 전남 수비라인이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때마침 비마저 잦아들어 경기장의 눈과 귀는 오로지 김남일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됐다.

김남일은 팬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라운드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최후방에서 대전의 볼을 가로채 상대 미드필드를 헤집는 감각적인 패스로 연결, 최전방 실바의 결정적인 득점 찬스로 이어지는 장면을 연출해냈다.

대전 이태호 감독은 곧바로 이관우 카드로 맞받아쳤다. 이관우는 김남일과 죽마고우지만 지난해 그와 몸싸움을 벌이다 무릎을 부상, 시즌을 마감해야했던 비운의 스타.

프로 그라운드에 ‘우정’은 없었다. 이관우가 상대 엔드라인까지 치고들어가 결정적인 찬스를 맞는가 하면 어느새 김남일의 그림자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오히려

김남일은 수비형 미드필더이면서도 한결 여유있는 경기 운영과 폭넓은 시야로 전남 공격에 불을 붙였다.

양팀은 더 이상 골을 기록하지 못한 채 1-1 무승부로 만족해야 했지만 이날 경기는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전반 20분 마시엘의 패스를 받은 전남 수비수 김현수가 상대 골지역 정면에서 주춤주춤 볼을 끌다 바나나처럼 휘어지는 왼발슛으로 선취골을 기록,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전은 불과 4분 후 전남 아크 정면 왼쪽에서 프리킥 찬스를 맞았고 공오균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것을 장철우가 곧바로 논스톱 발리슛, 동점골을 뽑아냈다. 두 골 다 근래 보기 드문 그림같은 장면이었다.

전남은 승점 1점을 보태 선두 도약을 노렸으나 이어 열린 경기에서 전북 현대모터스가 김도훈의 결승골로 안양 LG를 1-0으로 꺾고 단숨에 전남과 같은 승점 16을 기록, 골득실차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세계단 뛰어오른 1위를 차지했다. 전남은 2위를 유지.

선두를 달리던 성남 일화는 코난과 김기남이 릴레이 득점포를 터뜨린 포항 스틸러스에 0-2로 무릎을 꿇으며 3위로 주저앉았다. 포항의 선취 결승골을 뽑아낸 마케도니아 출신 코난은 대회 6호골로 부천 SK 다보와 득점 공동 선두를 달렸다. 코난의 선취골을 어시스트한 크로아티아 출신 메도는 도움 1위(6개)를 질주했다.

다른 팀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수원 삼성도 루마니아 출신 가비가 2골을 터뜨린데 힘입어 부천 SK를 2-0으로 제압하고 두계단 뛰어오른 7위를 기록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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