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서왕진/경유값 올려 대기오염 줄이자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35분


최근 경유차의 대기오염 규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이 논란의 계기는 소형 승용차 부문까지 경유차를 진출시키려는 현대와 기아의 배출가스 규제기준 완화 요구였다.

현재 우리나라 경유 승용차의 배출가스 규제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규제기준치가 질소산화물은 0.02로 유럽의 25분의 1, 미세먼지는 0.01로 5분의 1 수준이다. 이 기준은 이미 유럽에 경유 승용차를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를 원하는 현대, 기아의 바람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수준이다.

여기에다 이미 낮은 다목적차 기준을 적용받던 싼타페, 카렌스Ⅱ, 트라제 등 세 차종이 올 7월 1일부터 경유 승용차로 분류되어 이 세계 최강의 기준에 걸리게 됨에 따라 생산중단 위기에 처하게 되었으니 현대, 기아가 기준 완화에 사활을 걸 만도 하다.

하지만 경유차로 인한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문제는 너무나 심각한 상태다. 경유차 비율이 32%로 독일 일본의 18%, 미국의 3%에 비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오염 배출량도 52%에 이르니 오염의 주범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과도하게 낮은 경유 가격으로 인해 싼타페, 쏘렌토와 같은 경유 다목적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서울의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농도는 런던 파리 뉴욕 등에 비해 2, 3배씩 높다.

이런 현실에서 경유 승용차의 기준 완화만을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당연히 대형 경유차나 경유 다목적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기준 강화나 매연처리장치 부착 등의 조치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휘발유 가격 대비 50%에 불과한 비정상적인 경유 가격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는 것 역시 절박한 과제다. 미국의 111%, 영국의 106%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적어도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수준인 80%선은 되어야 한다.

LPG 가격은 올리고 경유 가격은 그대로 유지시켜 LPG의 경쟁력을 갑자기 떨어뜨리는 바람에 경유차 급증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경유차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에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경유 가격과 함께 경유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는 정유사들의 몫이다. 정유업계 역시 자동차 업계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환경부의 규제를 번번이 무력화하며 이윤만을 추구해 왔으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현재 430ppm인 경유의 황 함량기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지 않고서 자동차 엔진만 바꿔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을 줄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유차 문제는 이처럼 복합적인 원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들이 통합적으로 전개되어야 비로소 대기오염 개선이라는 우리 시민들의 바람을 달성할 수 있다. 경유차 문제 전반에 대한 이러한 구조적인 조치들이 선행되지 않고서 기준을 완화해 시장에 추가로 경유 승용차를 대거 진입시키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그동안 경제논리에 밀려 후퇴를 거듭해 온 정부의 대기 관련 규제 정책과 왜곡된 에너지 정책을 바로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서왕진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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