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안팔리던 애물이 보물됐네…경기 살아나자 '불티'

  • 입력 2002년 6월 24일 17시 53분


요즘 건설업계에서는 ‘백조가 된 미운 오리새끼’가 큰 화제다.

한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건설업체들의 사업장이나 자산이 국내외 시장상황이 바뀌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급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미국 뉴욕에 건설, 분양 중인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트럼프월드 타워’는 회사 측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매각을 시도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가까스로 완공시킨 건물.

하지만 올 들어 미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바람에 ‘달러박스’로 변했다. 전체 376가구 중 70% 이상이 분양됐다. 가격도 올라 49평형짜리가 18억원을 호가한다.

▼대우, 미 '트럼프 타워' 1500억원 이익

대우건설이 지난해 10월 완공한 미국 뉴욕의 '트럼프월드타워' [사진제공 대우건설]

남상국(南相國) 대우건설 사장은 “나머지 가구를 모두 팔면 이익금만 1500억원이 넘을 정도여서 매각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LG건설이 작년 말 분양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오피스텔(LG이지빌)은 사업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이 오피스텔 터는 1025평으로 97년 1월 LG건설이 사옥용으로 구입했던 곳.

그나마 가격이 비싸 당초 계획대로 토지를 다 사지 못한 채 ‘ㄱ’자로 꺾인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외환위기로 97년 11월에는 터파기 공사만 마친 채 사업을 중단해야 했고 땅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번번이 가격차나 땅 모양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

그런데 지난해 불어닥친 분양 열기가 4년간 방치됐던 이 현장을 오피스텔로 바꿨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모델하우스 개장 첫날 610실이 모두 팔려 나간 것.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0월 분양, 3 대 1의 청약경쟁률과 함께 100% 계약이라는 성황을 누렸던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아파트도 비슷하다.

▼LG, 서초동 이지빌 하루만에 매진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98년 말 이 부지를 매입한 뒤 이듬해 초 분양하려 했지만 부동산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사업을 중단하고 토지 재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3년가량 방치됐다가 지난해 불어닥친 분양 열기를 틈타 재분양해 예상매출액 1300억원대의 ‘대박’을 터뜨렸다.

이 회사가 작년 5월 미국계 투자펀드회사 로운스타에 매각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스타 타워(옛 아이 타워)’도 미운 오리가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한 케이스.

연면적 6만5000평으로 현존하는 국내 최대 건물인 이 빌딩은 95년 5월 정몽구(鄭夢九) 당시 현대그룹 회장의 지시로 현대그룹의 강남사옥으로 계획됐으나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용도가 여러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국내 단일 건물로는 사상 최고가인 6800억원에 매각되면서 현대산업개발을 부채율 186%(2001년 말 기준)라는 건설업계 초우량기업으로 변신케 하는 원동력이 됐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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