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걱정 큰 지방선거

  • 입력 2002년 5월 27일 18시 51분


6·13 지방선거가 오늘부터 공식 선거전에 들어간다. 그러나 기대보다 걱정이 큰 것이 현실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유권자의 무관심이다. 시기적으로 월드컵 축구와 맞물리는 데다 관심 면에서도 연말 대선에 크게 미치지 못해 벌써부터 투표율이 50%를 밑도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당선자의 대표성도 문제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란 지방자치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7년이 지났어도 ‘이런 지방자치 뭣 하러 하느냐’는 식의 부정적 시각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자치가 주민자치로 뿌리내리기는커녕 ‘정당에 의한 중앙집권화’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이다. 정당정치 및 국민참여정치의 활성화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하도급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지방선거공약에서 지방정책은 실종되고 정당의 대선공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 그 실례다.

올해는 각급 지자체장 후보 선출도 상향식 경선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는 여전히 정당 지구당위원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 지적이다. 상당수 지역에서 경선 불복이 잇따른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불법과 타락이 난무하는 것은 상당부분 구조적일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관심은 적고 사회적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가운데 중앙정당이 대선 전초전으로 삼아 ‘어떡하든 이기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깨끗하고 차분한 지방선거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혼탁 불법을 감시해야 한다. 주민이 무관심한 지방자치란 존재할 수 없다. 중앙 정당은 과열경쟁을 자제해야 옳다. 자칫 눈앞의 승리에 매달리다 지방자치의 뼈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미 위험한 수준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