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아니다 싶을땐 물러서라"…위험관리 못하면 빈주머니

  • 입력 2002년 5월 22일 19시 19분


이틀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3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트 장세’가 이어졌다. 이럴 때일수록 “누구는 종목 잘 골라 며칠만에 두 배를 챙겼다”는 등의 소문에 솔깃해지기 쉬운 상황.

게다가 지난해 이후 형성된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몇몇 관리종목의 투기 장세에 뛰어드는 경우도 눈에 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철저한 위험관리 없이 무작정 투기판에 뛰어든다면 자칫 전 재산을 탕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위험관리의 중요성〓주식투자에 성공한 많은 고수들의 공통점이 바로 뛰어난 위험관리. 손절매 시기를 놓치고 나면 “난 역시 장기투자 체질이야”라며 우직하게 본전을 기다리는 투자자 치고 고수로 인정받는 사람은 없다.

한국 증시에서 위험관리는 기관투자가나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개인에게도 헤지의 기회를 주는 개별주식옵션시장의 거래가 개장 이후 3개월이 지났는 데도 아직 한산한 것은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아직 투자자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

시카고투자컨설팅 김지민 대표는 “1등 당첨금이 큰 복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손실로 들러리를 서기 마련”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위험관리는 투자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트레이더의 위험관리〓데이트레이딩이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물시장에서는 가격의 움직임 폭이 증시보다 6∼7배정도 크다. 따라서 돈을 크게 벌 수 있지만 잃는 것도 순식간. 자기 자산의 80∼90%를 단번에 잃어본 적이 있는 투자자라면 시장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선물시장에서 최고수로 인정받는 신아투자자문 최정현 사장은 “시장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손절매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강조한다. 그에게 손절매는 손실을 한정짓는 위험관리 기법을 넘어서 소신 있는 투자를 위한 방탄조끼 역할을 한다.

그는 “손실이 나도 5% 안팎에서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자신의 소신대로 투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장기투자자의 위험관리〓뛰어난 장기투자자는 종목을 고를 때부터 위험관리를 고려한다. 배당성향을 중시하는 것도 위험 관리 때문. 배당이 높은 종목은 주가가 하락할수록 배당률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어 일정 수준 이하로는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

또 장기투자자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라 해도 자신이 생각한 기업의 모습과 실제 기업의 모습이 다르다면 장기보유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우량주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모임 서울대투자연구회는 “일단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확인되면 오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고수들이 말하는 위험관리 기법
①자기 자금을 전부 걸지 말라. 특히 손실이 났을 때 한번에 만회하려는 생각을 버릴 것.
②번 돈을 몽땅 재투자하지 말라. 일부는 반드시 현금으로 갖고 있을 것.
③자기 시장관을 과신하지 말라. 틀리면 틀렸다고 솔직히 인정할 것.
④손절매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
⑤자신은 베팅시점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지 말라. 시세에 순응하고 손절매를 잘하는 영악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
⑥거래 자체에 매몰되지 말라. 하루종일 사고팔기만 반복하면 증권사만 부자가 됨.
도움말:신아투자자문 최정현 사장, 시카고투자컨설팅 김지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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