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치 투자? 그거 허구예요"…고승덕변호사 책서 '쓴소리'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41분


“종목보고서는 ‘우도강탕(牛渡江湯)일 수 있고 감(感)으로 말하는 전문가는 개미들을 벼랑에 빠뜨리는 ‘세력’의 앞잡이다.”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고승덕(高承德·45·사진) 변호사가 저서 ‘고변호사의 주식강의’(개미들출판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울리는 증시에 대해 ‘쓴 소리’를 퍼붓고 나섰다. 그의 비판은 그가 주장하는 ‘파동원리분석법’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논쟁의 소지도 많지만 증시의 실상도 담고 있다.

▽가치투자는 허구다?〓그가 말하는 ‘우도강탕’이란 ‘장화를 신은 소가 건너간 물을 받아 끓인 국’. 증권사 추천종목은 묵은 재료에 기초한 것이며 보고서는 ‘세력’이 묵은 재료를 이용해 주가를 올리려는 마지막 수법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고 변호사는 “기본적 분석은 기업의 내재가치와 경제상황이 주가와 주가지수를 결정한다고 믿지만 모든 기업과 경제를 분석할 능력과 개미의 시간을 뺏고 손해만 주는 잘못된 투자원칙”이라고 단정한다.

또 경제지표와 회계자료는 묵은 것이거나 엉터리이고 주가는 항상 분석보다 미리 움직인다는 것. 기업의 미래 수익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미래의 추정 수익을 이용해 계산한 기업의 본질가치 역시 ‘허구’라고 고 변호사는 주장한다.

▽전문가와 개미〓고 변호사에 따르면 전문가에는 주식시장의 방향을 경기 금리 환율 등 변수로만 이야기하는 부류와 증시의 분위기에 따라 감으로 전망을 내는 부류가 있다.

“전자는 현재의 주식시장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를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아 개미를 혼란에 빠뜨리고 후자는 꼭지에서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고 바닥에서 비관적 전망을 이야기해 개미를 벼랑에 빠뜨리는 세력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 작전세력에게 손해만 보는 개미는 ‘공부를 하지 않으며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고 링 위에 오르는’ 잘못을 범한다. 또 개미는 탐욕과 공포, 본전심리 때문에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

▽그럼 어떻게?〓고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주가 움직임으로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주가는 수요와 공급, 인간심리, 관성과 주가 선행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라는 것. ‘파동원리분석법’은 파동의 원리를 이용한 그래프 분석법.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기본적 분석을 믿는 가치투자자들의 거센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 변호사는 조만간 인터넷에 ‘개미들닷컴(www.gamiddle.com)’을 개설해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겠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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