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혹 키우는 '김희완 도피'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16분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장기간 잠적하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김씨는 최규선씨, 미국으로 도피한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과 함께 게이트의 핵심 3인방으로 추정된다. 그런 김씨가 잠적한 지 20일이 지났으나 검찰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일부러 잡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씨가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해 검찰과 ‘거래’를 하고 있다거나, 최 전 과장을 피신시킨 ‘보이지 않는 세력’이 다시 움직여 그를 어딘가에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최규선씨가 개입한 각종비리의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체육복표 선정의혹, 타이거풀스와 포스코의 주식거래, 병원수사 무마 청탁 등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최씨의 검찰 출두 전에는 여러 차례 대책회의까지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최씨 돈을 받았다는 의혹의 진원지도 김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나라를 뒤흔든 ‘검은 사업’을 기획했다면 정재계 고위층에 지인이 많은 김씨는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바람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그런데도 김씨를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의혹을 자초했다. 비리를 제대로 파헤치겠다는 수사의지를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즉각 자세를 바꿔 김씨 체포에 나서야 한다. 검찰이 여론에 밀려 대통령의 아들을 소환한다 해도 김씨를 붙잡아 조사하지 않으면 최선을 다했다고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김씨의 잠적이 길어지면 연루자들이 입을 맞춰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할 가능성도 커진다.

검찰은 꾸물대다 최 전 과장의 도피를 막지 못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김씨마저 법망(法網)을 벗어난다면 국민은 비호세력이 최 전 과장과 김씨를 도피시켰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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