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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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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관계자들은 이 같은 지침 시안이 알려지면서 ‘법이 금지하고 있는 소극적 안락사를 강행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워했다.
의협의 당초 의도는 의료 현실과 맞지 않는 관련법 아래서는 모든 의사가 잠재적인 범법자일 수밖에 없어 나름대로 윤리지침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보호자의 요청으로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시킨 환자가 며칠 후 사망하자 유족들이 고소해 결국 의사의 살인(1심) 살인방조(2심)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된 ‘보라매병원 사건’은 모든 의사에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의 한 관계자는 “관련법이 정비된다면 의협이 굳이 나설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작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의료계와 종교단체, 시민단체간에 커다란 견해차가 있다”며 “생명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일이 아니다”고 발을 뺀다.
물론 법과 현실 사이에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법은 규범으로서의 가치도 반감되고 사회구성원에게 준수를 강요하기도 어렵게 된다. 구성원들이 납득하지 않기 때문이다.
낙태수술에 관한 모자보건법만 해도 그렇다. 이 법은 특별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당사자의 요청 아래 낙태가 광범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명치료 중단 등 생명에 관한 이슈를 외면하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스스로 납득하지 않는 ‘범법자’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정부가 나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조헌주 사회2부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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