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동용/히딩크감독의 ‘열린 생각’을 배우자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41분


얼마 전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은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최소한 경기장에선 선수들끼리 반말을 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려 도덕적 보수주의자들을 당혹케 했렸다. 그는 이번엔 또 선수들의 성생활에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힘으로써 다시 한번 문화적 토론의 씨앗을 던져놓았다. 한국에서는 운동선수가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 이유로 경기 전 섹스를 불문율의 금기사항으로 여겨온 지 오래다. 이에 반해 히딩크 감독은 “성생활은 선수 자신이 판단할 문제”라고 단정함으로써 선수 개인의 성숙한 판단력에 책임을 넘기고 있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 스스로가 선택한 지도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는 마치 “네 오성을 사용하라”라고 외쳤던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칸트를 연상시킨다. 성숙되지 못함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계몽된 판단력은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인간 내면의 문제이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성생활을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우리 정서의 미성숙을 지적하고 동시에 성숙한 상황 대처 능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이데올로기에 의해 단련돼 있는 우리 한국인의 정서와 의식세계는 부끄럽게도 히딩크라는 한 외국인에 의해 그 단점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정서는 금욕주의에 높은 점수를 줘 왔다. 이제 사고의 틀을 형성하고 있는 족쇄를 끊고 자유로운 들판에서 성숙한 개인의지를 바탕으로 삶을 누릴 시기가 온 것이다.

이동용 건국대 독문과 강사·서울 강북구 수유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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