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시로 정보보고 받았다'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30분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부터 수시로 정보사항을 보고받았다고 밝힌 것을 보면 그동안 국정원 측이 얼마나 깊게 여당과 유착관계에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이는 여권의 실세였던 권씨의 위세 뿐만 아니라 국정원 측의 한심한 모습도 동시에 드러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권씨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권씨 자신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김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구속 중인 최규선(崔圭善)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이로 미뤄볼 때 김 전 차장은 국정원이 수집한 정치권 전반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권씨에게 제공했을 가능성도 짙다.

권씨는 공식적으로 국정원 측으로부터 정보 보고를 받을 만한 어떤 직책과 권한도 갖고 있지 않았다. 대통령의 측근인 정치권 인사였다. 국정원법 제2조는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 하에 두며 대통령의 지시 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조는 정치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또 국정원 직원법 제17조는 직원의 ‘기밀엄수’를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 대통령의 지시 감독만 받아야 할 국정원의 2인자가 대통령이 아닌 정치권 인사에게 수시로 정보 보고를 한 것이다. 이 얼마나 국가 보안을 위태롭게 하고 국가기강을 문란케 한 행위인가.

과거 군사 독재시절에는 국가정보기관들이 여권과 ‘결탁’해 야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여권은 그것을 근거로 야권을 탄압하며 정치공세를 편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권씨의 발언은 이른바 국민의 정부라는 현 정권에서도 그런 밀착관계가 이루어 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은 최근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빌라논란 그리고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폭로’등이 모두 일부 국가정보기관의 ‘지원’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선거철인만큼 그런 논란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국가정보기관들은 정말 제 위치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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