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4월 10일 18시 2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씨는 특히 비서였던 천호영씨(37)의 부인 박모씨 등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는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 홍걸씨와의 관련 여부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씨는 99년 이전까지만 해도 재산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어떤 배경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모을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최씨가 사용한 차명계좌에는 지난해 3월2일부터 올해 2월5일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수천만∼수억원씩 모두 수십억원의 돈이 복잡한 경로를 거쳐 입출금됐다.
특히 이 계좌에는 지난해 4월25일 배서가 없는 10억원권 수표 1장이 입금됐고 이 가운데 5억원이 그 다음날 1000만원권 수표 50장으로 빠져나가 다른 은행 계좌에 입금됐다.
천씨는 그 무렵 최씨가 이권에 개입한 대가로 10억원짜리 수표 1장을 받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수표의 출처 및 사용처 등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최씨가 이권에 개입했는지와, 개입했다면 어떤 유력 인사를 동원했고 그 사람과 대가를 나눠 가졌는지 등이 어렵지 않게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박씨의 계좌에 있던 2억5000만원이 한번에 5000만원씩 5차례에 걸쳐 여비서였던 다른 박모씨 계좌로 이체됐으며 여비서 박씨 계좌에서 나온 6억원이 천씨의 부인 박씨의 계좌로 입금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천씨는 “최씨가 너무 많은 부를 축적해서 돈을 한 곳에 모아 둘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이름을 빌려 비자금을 운영했다”며 “최씨는 직원 등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많은 돈을 미국의 가족에게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미래도시환경이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거액의 비자금이 이권 개입 등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이권에 개입해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은 없고 해외에 생명과학산업과 관련한 펀드를 조성해 수십억원을 버는 등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며 “모든 차명계좌는 동업자인 인도네시아 교민 이모씨가 개설했고 나는 운영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업자 이씨는 “내가 미래도시환경에 6억원가량을 투자했지만 어떤 사업에 투자됐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차명계좌 개설이나 운영은 물론 모든 사업은 최씨가 알아서 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