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核화선언 무력화 우려…美 '핵태세 보고서' 파장

북한 이라크 등 7개국에 대한 잠재적 핵공격 대책이 포함된 미국 국방부의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는 미국의 근본적인 핵전략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반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NPR 보고서의 파장〓NPR 보고서는 미국의 핵전략이 근본적인 변화 과정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보고서에 언급된 ‘핵 선제공격’이 미국이 냉전시대의 핵전략으로 유지해오던 상호확증파괴(MAD)를 통한 핵억지전략의 파기를 뜻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金泰宇) 박사는 “NPR 보고서는 미국의 핵전략이 실제 전장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핵무기 사용을 배제한다는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는 MAD와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과 NPR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우리의 입장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남침 상황을 전제로 대북 핵사용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대목. 이는 과거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공동선언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북측에 약속했던 ‘대북 핵공격 배제’를 뒤집을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소극적 안전보장(NSA) 개념이 NPR 보고서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앞으로의 상황은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사찰 거부,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시도 등 감정적 대응으로 나설 경우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NPR 보고서는 미 국방정책 입안의 초기단계라는 점에서 실제로 현실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북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이 보고서가 북-미관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북한이 이를 문제삼고 나올 경우 북-미관계의 근본인 제네바합의 체제까지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 상황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보고서에서 언급된 핵공격 가능성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북-미 대화에 새로운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구체적인 보고서 내용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언급을 자제하면서 향후 북한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태세검토(NPR)보고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비교
항목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작성 배경	미국의 새로운 핵전략 탐색	북한 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정착
추진 주체	미 국방부	남북한 당국의 공동선언
적용 대상	북한 중국 이라크 등 7개국	한반도 전체
위상 비교	미 국방정책 입안의 초기형태	기본합의서 체제에 따른 평화유지장치
주요 내용	·긴급상황 발생시 핵무기 사용 ·소규모 핵무기 개발	·핵무기 시험 제조 생산 등 금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핵 재처리 및 우라늄농축시설 보유금지 ·비핵화 검증 위한 상호 핵사찰 ·남북핵통제공동위 구성 운영
실현 조건	향후 정책입안 및 군사배치 조정	상호 핵사찰(실시되지 않고 있음)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