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도전자 이창호 "국수전 恨 이번엔 푼다"

  • 입력 2002년 3월 10일 17시 35분


반상의 이방인 루이나이웨이 9단이 돌풍을 일으킨 2000년 43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이창호 9단이 ‘루이 태풍’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물론 주위에선 루이 태풍이 소멸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치열한 난타전 끝에 대마 수상전에서 한 수 삐끗한 이 9단의 패배. 루이 9단은 여세를 몰아 조훈현 9단으로부터 국수위를 따냈다.

2001년 44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조 9단과 이 9단이 맞붙었다. 1대 1 동률에서 열린 최종국은 이 9단이 절대 우세한 국면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 9단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도전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조 9단도 타이틀을 따냈다.

2002년 45기 국수전. 2년 연속 눈물을 흘린 이 9단은 조한승 5단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드디어 도전권을 획득했다.

한국 바둑의 1인자 계보를 잇는 국수전은 상금 규모에선 세계 기전보다 못하지만 기사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기전.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조 9단과 삼세번만에 도전 무대에 서게 된 이 9단이 11일부터 5번 승부를 벌인다.

이전 성적으로 본다면 이 9단의 우세가 분명하다. 이 9단 기준으로 서로간의 통산 전적은 164승 108패. 2000년 명인전(3대0)과 2001년 패왕전(3대1), 왕위전(3대0) 등 근래 두어진 둘 간의 도전기에서 모두 이 9단이 승리했다. 단판 승부 혹은 3번기라면 몰라도 5번기에서 이 9단이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

하지만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조 9단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말 삼성화재배 우승, 올초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진출, 국내 상금 1위 기전인 KT배 우승 등 최근 열린 굵직한 기전에서 패하는 법이 없다.

조 9단은 특유의 어법으로 “요즘 바둑이 (잘)되긴 하지만 창호한테 이기긴 힘들겠지”라고 말했지만 내심으론 ‘지금 컨디션이면 한번 해볼만 하지 않겠어’라고 다짐하고 있을 터.

이 9단은 어떨까. 그는 도전권을 획득한 뒤 “국수에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보니 도전권을 두번이나 놓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엔 ‘도전권만 따면 국수위는 내 것이다’하는 자신감이 배어 있는 듯 했다.

도전 1국은 11일 오전 10시부터 동아닷컴(www.donga.com)과 세계사이버기원(www.cyberkiwon.com)에서 생중계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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