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2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주식 중독 여부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의학적인 판단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우스개 소리가 대부분.
가장 대표적인 주식 중독 판별 기준은 언어 장애 여부. 중독 증세가 있는 사람은 사용하는 단어가 일반인과 다르다.
예를 들어 자녀가 아프다는 가족들의 염려에 “그건 아이의 펀더멘털이 약해서 그래. 그렇지만 돌출 악재가 없다면 곧 원상 회복하겠지”라고 답하는 경우. 사무실이 조용하면 “관망 분위기네”, 반대로 시끄러우면 “혼조 상태가 너무 오래 간다”고 표현하는 중독자도 있다. 평소 사람들이 잘 안 쓰는 관망 혼조 기조 추세 횡보 기대감 보합 약세 강세 등의 단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종목 장애는 모든 회사 이름이 다 주식 종목으로만 보이는 증상. 친구가 “나 회사를 △△△으로 옮겼다”고 알려올 때 “아, 코스닥 벤처업종에 올해 최고가는 1만2500원, 제품의 미국 수출 여부가 주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그 회사 말이야?”라고 반문한다면 주식 중독이 확실하다.
색깔 장애도 있다. 빨간 색과 파란 색만 보면 모두 시황판 상황과 연결하는 증세.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주가가 오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고 파란 신호등이 켜지면 ‘하락 폭이 얼마 정도 될까’를 걱정한다.
곡선 장애는 구부러진 선만 보면 모두 주가 그래프로 보이는 현상. 당구를 처음 배울 때에는 천장 가장자리가 당구대의 쿠션으로 보이는 것처럼 차트만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투자자들 중에 이런 착시현상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생활 장애는 모든 생활이 주식투자 위주로 꾸려져있는 사람. 취미는 차트 분석이고 특기는 종목 발굴이며 비즈니스 영어구사가 가능(평소 미국 증권사이트를 보며 틈틈이 공부)한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은 신체 사이클도 증시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연말연시나 설, 추석처럼 증시가 오랫동안 쉬면 심한 몸살을 앓기가 쉽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