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맨’ 이시하라…아이디어로 도쿄도稅收 껑충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11분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 도쿄(東京)도지사는 자신이 아무리 부정해도 일본을 대표하는 골수 우익이다. 중국을 ‘지나(支那)’로 부르고 미국에 대해서도 “노(No)라고 할 건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재해방지연습을 한다며 도쿄 중심가인 긴자(銀座)에 자위대를 끌어들인 것도 그였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철저한 비즈니스맨의 얼굴이다. 19일 도쿄도 의회는 ‘호텔세(숙박세)’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도쿄도내에 머무는 숙박객에게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하룻밤 숙박요금이 1만∼1만5000엔 미만이면 100엔, 1만5000엔 이상이면 200엔의 세금을 내야 한다. 내년 월드컵이 끝난 뒤부터 시행한다. 연간 15억엔의 세수가 예상된다.

호텔세는 이시하라 지사의 아이디어다. 다른 지방의 지사들이 도쿄에 가는 지방시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반대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에는 은행이 이익을 내든 못내든 5년간 법인세를 징수할 수 있는 ‘은행세’를 만들었다. 매년 1100억엔의 세금 규모다. 도쿄가 사는 길은 세수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며 은행측의 강력한 반대를 물리쳤다.

뿐만 아니다. 도립 대학을 통합해서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고교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며 일부 고교를 ‘입시준비고’로 지정해 명문대학에 더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라고 독려하고 있다. 도쿄를 영화 세트장으로 이용해 달라며 촬영지원센터도 만들었다.

그에 대한 도쿄도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도쿄도민뿐만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언제나 ‘총리감 1위’다. 우익적인 사고방식과 상관없이 그의 추진력이 인기의 비결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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