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아파트에 유해물질 가득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07분


신축 아파트 실내에서 국제 기준의 최고 10배에 이르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성분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내에는 관련 허용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경원대 윤동원(尹東源·건축설비학과) 교수팀은 서울에 대형 평수의 아파트를 건축중인 모 건설회사의 의뢰로 아파트 실내 공기성분을 측정한 결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총량이 최고 ㎥당 1.6㎎이 검출됐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유럽과 일본의 허용기준치인 ㎥당 0.4㎎의 4배에 해당한다.

특히 접착제나 가구 등에서 많이 배출되는 포름알데히드류는 최고 800ppb(1000ppb〓1ppm)가 검출됐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일본의 허용 기준치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것이다.

조사는 실내장식과 가구까지 완비한지 석 달된 60평대 아파트의 침실 거실 주방 욕실 등으로 나누어 실시했다. 그 결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총량이 ㎥당 침실 1.6㎎, 주방 1.5㎎, 거실 0.9㎎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이들 물질은 마감재와 건축자재, 호화내장재 등에서 배출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단열 성능이 향상된 건축 기법 탓에 실내 공간이 밀폐돼 이들 건축자재가 끼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대기 중 상온(섭씨 20도)에서 가스 형태로 존재하는 유기화합물의 총칭으로 수백종에 달한다. 발암물질인 벤젠을 비롯해 톨루엔, 클로로포름, 아세톤, 스틸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일반적으로 건물 신축 후 6개월 때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는 마룻바닥이나 타일을 붙일 때 쓰이는 접착제 등에서 시공 후 최장 10년까지 유해물질이 방출된다는 보고도 있다.

한양대 김윤신(金潤信·산업의학) 교수는 “휘발성 화학물질은 서서히 인체에 작용해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특히 실내를 밀폐하고 지내기 쉬운 겨울철에는 환기를 자주 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인체에 해를 미치는 건축자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럽 일본 등지에서는 실내에서 주로 근무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알레르기 두통 불면증 호흡기질환 등 ‘빌딩 증후군(Building Syndrome)’이 사회문제화한 80년 이후 건축자재의 화학물질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관련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