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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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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사는 다섯 살 난 준이는 항상 심심하고 항상 친구를 새로 만든다. 유치원 친구나 엄마는 물론이고 강아지 인형이나 붕붕차를 가지고도 종알종알 이야기를 한다. 엄마와 손잡고 슈퍼라도 갈라치면 준이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느라 늘 바쁘다. 쓰레기통에서 튀어나오는 도둑 고양이도 궁금하고, 길가의 예쁜 돌 하나도 신기하고, 누군가 흘려 놓았음직한 병 뚜껑 하나도 재미있다. 급기야 굴러가는 나뭇잎을 따라가느라 엄마 손을 놓치기도 한고 엄마의 호통 소리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래서 준이의 주머니는 늘 불룩하다. 이야기가 들어있고 친구가 들어있다.
이 책의 주인공 심심이 도깨비를 보면 준이를 보는 것 같다. 조용한 거 싫고 재미있게 놀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만나는 모든 것과 친구이고 싶다. 그래서 자신을 보고 놀래는 동네 사람들이 원망스럽고 결국 그들을 놀래켜 주는 재미있는 장난을 생각해 낸다. ‘강아지 뒤에 오리, 오리뒤에 거위, 거위 뒤에 당나귀…….줄줄이 줄줄이 매달고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마치 준이의 주머니 속 같다. 그러다가 엄마 호통 소리같은 녀석을 만났다.
‘시뻘건 벼슬,
샛노란 두 눈,
날카로운 부리,
억센 발톱’
악! 꼬꼬댁꼬꼬!
도깨비가 밤에 돌아다니다가 먼동이 트는 시간이 되면 산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 꼬꼬댁꼬꼬 때문이라는 설정은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곶감이라는 발상만큼 재미있다.
그리고 그런 옛이야기에 어울리는 수묵화가 주는 느낌도 좋다. 특히 겉장을 열면 바로 보이는 깜깜한 속에 번득이는 닭들의 눈동자나 닭을 보고 놀라는 익살스런 도깨비의 표정, 도깨비를 물리친 꼬꼬댁꼬꼬의 의기양양함, 산 속에서 심심해하는 도깨비의 쓸쓸한 어깨 등이 주는 생생함은 도깨비 이야기의 무서움을 해학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림책은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이다. 준이같은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깨비가 되어 강아지도 만나고 닭들도 만난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원래 뿔이 없다는데 그림에 그려진 우뚝한 뿔 두 개가 아쉽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맛이 톡톡히 살아나는 책이다.
김혜원(주부·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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