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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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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수업 학원들이 난립해오던 이 지역에는 올해 들어 정규 학습 시스템을 갖춘 이름 있는 대형 학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강북의 새로운 ‘명문 학원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곳 학원 타운은 오전부터 취학 전 어린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하나둘 몰리기 시작해 하루가 시작되고, 오후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북적대며 이튿날 오전 1, 2시경이나 돼야 고등학생들이 귀가하면서 ‘고단한 하루’가 마감된다.》
▽노원구 중계동〓올해 들어 강남에 본원을 두고 있는 어린이 대상의 이화어학원과 SOT가 개설되자 삼육외국어학원인 SDA와 토피아학원 학림학원 등이 최근 앞다퉈 주니어스쿨을 열고 본격적인 수강생 유치 경쟁이 붙었다. 거리 곳곳마다 수강생 모집을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상가 곳곳에 포스터가 나붙고 있다.
‘은행 4거리’에는 종로엘리트학원, 플러스학원, 학림학원, 위슬런학원, 한샘학원, 퍼스트 EG학원 등 입시 학원들과 시사영어 ECC학원, 엘스엘피 영어학당, 위슬런 영어학원 등 어학원들이 대나무숲처럼 빽빽이 자리잡고 있어 올해 생겨난 주니어스쿨 어학원들과 함께 사실상 유(幼)-초-중-고를 연결하는 학원 타운이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마포〓대흥동과 공덕동 합정동을 중심으로 5월경부터 주니어스쿨 대형 어학원인 하버드학원, 팔스랩, 이화어학원, 정철 어학원, 리틀 디즈니랜드 등이 단거리 달리기하듯 잇따라 세워졌다. 공덕동 로터리 부근에는 곧 종로학원 계열 어학원인 스워튼이 설립될 예정이다.
대흥동 일대 곳곳에는 종로학원, 고려학원, 서울학원 등이 자리잡고 있어 후발주자들의 입주에 따라 차츰차츰 학원 타운화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개업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최운식씨는 “10월 들어서만 강남 등에 본원을 둔 학원업자 5, 6명이 잇따라 찾아와 대형 학원을 개설할 만한 신축 건물들이 없는지를 문의하고 갔다”며 “학원 설립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기존의 대로변 건물들 외에도 비교적 한적한 아파트촌 인근 건물의 임대 매매가가 들썩이고 있다”고 밝혔다.
▽예비 학원 타운, 왜 중계와 마포인가〓우선 학원들이 배후지로 삼고 있는 신흥 아파트촌 중산층의 치열한 교육열 때문이다. 마포의 경우 도화동 공덕동 신공덕동 염리동 용강동 현석동 등이 최근 10년 사이 전개된 재개발사업으로 삼성 현대 LG 대림아파트 등이 줄지어 입주했다. 이곳 입주자들은 여의도의 증권 방송업계 종사자이거나 광화문 종로의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자들이 대다수다. 서울 강남에 버금가는 교육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통학권 내에 소규모 보습학원밖에 없어 애를 태우고 있는 실태를 학원들이 파고든 것.
최근 개설된 학원들은 이곳 중산층의 이 같은 애로사항들을 겨냥해 학원 교육체제 및 설비들이 보습학원들보다 비교우위에 서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에 본원을 둔 마포구 대흥동 이화어학원의 경우 200평 규모로 대부분의 강사가 영어강사자격증인 TESOL을 발급받았고, 6명의 강사가 미국 정규대학을 졸업한 ‘네이티브 스피커’임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 장식과 시설 교재 등도 ‘강남급’으로 장만했고 ‘레벨업(level-up)’ 테스트를 통과하지 않으면 진급을 시키지 않는 등 엄격한 교육과정을 짜놓고 있다. 올해 5월 개설한 후 불과 5개월 만에 40학급을 다 채웠다.
중계와 마포가 신생 학원타운으로 성장하고 있는 또 다른 발판은 이곳이 수백개의 학원들이 들어서 있는 강남구 대치동 등 강남 학원들의 세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북아현동에 사는 주부 이현숙씨(37)는 “그간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강남까지 매주 두 차례 자가용으로 학원까지 통학시키느라 무척 힘들었다”며 “마포에 대형 어학원 주니어스쿨이 들어서 곧바로 등록시켰다”고 말했다.
▽대형 학원 신설 붐의 그늘은 없나〓우선 대형학원으로 수강생들이 몰리면서 기존의 소규모 보습학원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대흥동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3년째 보습학원을 꾸려오고 있는 학원장은 “지난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있어 남아있는 아이들마저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다른 보습학원 원장들도 근심하는 눈치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공덕동의 한 주부는 “아이 셋 중에 초등학교 4학년생인 막내를 근처 보습학원에서 월 12만원에 공부시켜왔다”며 “하지만 최근 월 25만원 안팎의 수강료를 내는 고급학원들이 들어서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