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서 탄저균 포자 또 발견

  • 입력 2001년 10월 26일 02시 10분


【외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가루가 발견되고 미국 의사당에서 탄저균 포자가 추가 검출되는 등 2주째를 맞이한 탄저균 테러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우편 배달용 트럭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백색가루가 발견돼 러시아 당국이 정밀조사에 나섰다고 25일 발표했다.】

외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가루가 발견되고 미국 의사당에서 탄저균 포자가 추가 검출되는 등 2주째를 맞이한 탄저균 테러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우편 배달용 트럭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백색가루가 발견돼 러시아 당국이 정밀조사에 나섰다고 25일 발표했다.

▽탄저균 사태〓17일 탄저균 감염 위험으로 폐쇄됐다가 25∼26일 문을 열 예정이던 미 의사당 건물에서는 25일 탄저균 포자가 추가로 검출돼 더 오래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탄저병 환자가 발생했던 뉴욕포스트에서도 탄저병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1명 더 발생했다. 미국 의사당 출입 여기자 1명이 25일 호흡기 탄저병 증세로 입원했다.

미 보건당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의 권고에 따라 25일 우체국 직원 80만명에게 예방용 마스크와 장갑을 긴급 지급했으며 감염 위험이 높은 1만여명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다.

워싱턴에서 탄저균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 2명이 22일과 23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병원 대변인이 25일 말했다.

25일 현재 32건의 탄저균 노출 사례가 확인됐으며 13명의 감염자 중 3명은 호흡기 탄저병으로 사망했다.

▽탄저균 수사〓탄저병 발생 2주째를 맞은 미국은 예방 및 치료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탄저병 배후를 찾는 수사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 정부는 탄저균 감염 사태가 9·11항공기 납치 테러를 감행한 알 카에다 조직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구체적인 확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리처드 게파드 하원 원내총무는 24일 “탄저균 공격 배후에 알 카에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로버트 뮬러 국장도 “확인된 몇 건의 탄저균 감염이 조직적인 테러에 의해 일어났는지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면서 “9·11항공기 테러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미 경찰과 보안 당국은 탄저균 사태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항공기 납치자 19명의 집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탄저균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탄저균 출처〓탄저병 발생 초기 강력하게 제기됐던 이라크 배후설도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러시아 이라크가 탄저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번 탄저균의 제조 방식이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이라크나 러시아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사용된 탄저균이 살포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수 물질을 코팅하는 제조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고도의 미립자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미국 내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오사마 빈 라덴이 올초 동유럽과 동남아에 있는 정체불명의 생화학연구소들로부터 1만달러어치의 탄저균 샘플을 구입한 증거가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국가안보위원회(NSC)의 대니얼 벤저민 분석가는 “탄저균 편지 발송인이 9·11테러와의 연관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으로 볼 때 9·11테러로 관심을 돌리려는 국내 테러분자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번 탄저균 테러의 배후를 찾는 조사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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