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경영 위기땐 과징금납부 유예" 결정

  • 입력 2001년 10월 26일 00시 45분


회사의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는 기업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된 세금과 과징금 등 금전적 채무를 바로 내지 않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번 결정은 ‘금전적인 이행의무’는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사안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법원의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정부당국이 세금이나 과징금을 물린 기업 가운데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세금 및 과징금 집행정지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2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10일 인천정유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에 대한 집행 효력정지신청’을 기각한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25일 뒤늦게 밝혀졌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만큼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올 염려가 있을 때는 신청인인 인천정유에 ‘회복되기 어려운 손해’를 미칠 수 있어 집행정지요건에 해당한다”며 서울고법은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환송(還送) 결정을 내렸다.

인천정유는 공정위가 올해 2월 ‘군(軍)에 납품하는 유류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회사측에 285억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이에 불복해 과징금 부과를 취소하라는 소송과 판결 때까지 과징금부과처분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함께 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6월 인천정유의 과징금부과처분 집행정지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앞으로 서울고법에서 과징금에 대한 집행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인천정유는 최소한 서울고법 제7특별부에 계류 중인 과징금 부과취소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과징금을 내지 않아도 돼 자금압박을 덜 수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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