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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4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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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로이드에 입사한 계기나 외모만 보면 영락없는 ‘여자’인데 입사 이후 걸어온 경력이나 포부를 듣다 보면 ‘기상’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로이드는 이랜드 계열의 패션시계 및 보석회사. 민 본부장이 여대에 다니던 90년 ‘중저가 패션 액세서리 전문점’을 표방하며 처음 출범했다. ‘너무 멋져서’ 처음엔 단골고객이 됐다가 나중에 이 회사에 지원했다.
예쁘고 멋진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민 본부장이 처음 발령받은 곳은 물류구매부서.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이랜드의 사풍 때문이었다.
“물류부서라지만 사실상 ‘창고지기’였어요. 처음엔 황당했죠. 그렇지만 1년 동안 창고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사원 시절에도 웬만한 지점장보다 상품의 흐름을 정확하게 알게 됐습니다.” 그는 그 뒤 기획 영업 등을 경험했다.
99년 11월 이랜드는 10년된 브랜드인 로이드가 혁신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요 고객인 젊은 여성들에게 ‘진부하다’는 이미지가 강했고 매출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박성수 회장이 혁신의 ‘총대’를 짊어질 사람으로 민 본부장을 꼽았다.
“로이드는 초기에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고수했죠. 또 시계전문점이라는 인상이 강했고요. 요즘은 유럽식 ‘도시풍’이 유행이잖아요. 또 휴대전화가 나온 뒤 시계에 대한 욕구도 줄어들고 있고요.” 변화의 포인트였다.
1년여에 걸친 시장조사 결과 로이드의 주고객은 연인들이므로 ‘선물 가게’로 특화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업계에서 선물용의 비중이 15%였던 데 반해 로이드는 48%였던 것.
올 5월 초록색이던 매장 분위기를 베이지로 바꾸면서 시범적으로 리모델링해봤던 이대점의 월매출이 두배로 뛰었다. 26일에는 강남점을, 다음달에는 홍콩의 대표적 쇼핑지역인 침사추이에도 지점을 낸다.
“어려운 점이요? 처음 본부장 발령을 받았더니 나이 많은 아저씨 부서장이 여자 상관을 모실 수 없다며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더군요. ‘당신이 필요하다’며 붙잡았죠. 부하를 ‘파트너’로 대하는 게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전략 같아요.”
그는 앞으로 ‘오너 바로 밑자리’까지 갈 생각이다. “여사원들이 가장 부족한 점은 야망이 없다는 거예요. 목표를 정하고 경력관리를 해야 합니다. 저요? 시켜만 준다면 고용된 사람으로서 최고의 자리까진 가봐야죠.”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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