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미식가 유혹 간장 게장 소문난집 6選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53분


짭짤 달콤한 맛, 특유의 향으로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간장게장이 제철을 맞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노란 알을 빼곡히 품은 암게가 많이 잡히는 시기가 바로 이맘 때. 아무리 급속냉동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싱싱한 꽃게로 담근 게장만 못하다.

게 껍데기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아 먹다보면 한이 없다는 뜻으로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붙은 간장게장 잘 하는 집들을 찾아가 본다.

▽문화공간(02-777-2166)〓서울 명동 증권빌딩 맞은 편. 충남 서산 앞 바다에서 나는 활암게를 재료로 한 달착지근한 간장게장 정식이 일품이다. 흑미를 섞은 옥돌솥밥을 곁들인 1인분(게 1마리)이 1만7000원.

주황색 알이 가득 밴 게장 때문에 열무 물김치, 배추김치, 새우볶음, 도라지나물 등 밑반찬에는 손이 갈 틈이 없다. 위성복 조흥은행장 등 금융인들이 단골. 은행장들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회의를 한 다음에는 여기서 ‘2차’를 하곤 한다.

▽미르(02-720-7878)〓서울 광화문 인근의 옛 서울고교 자리 한정식집. 주메뉴는 전, 나물, 된장찌개 등이 푸짐한 정식이지만 단골들은 꼭 게장백반을 찾는다.

언론계와 문화 예술계 인사 중 단골이 많다. 젊은 여주인의 어머니가 직접 주방에서 만드는 게장백반은 담백하고 감칠맛 난다. 1만8000원.

뒷골목에 숨어있듯 자리잡고 있어 찾기가 쉽진 않지만 늘 붐빈다. 주인 허정씨는 “손님이 많아지면 단골들을 소홀하게 대하기 쉬우니 제발 알리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큰기와집(02-722-9024)〓서울 경복궁 후문에서 선재아트센터 가는 길목. 신라호텔 한식주방에서 7년간 일한 한영용씨(32)가 가업을 이어받아 젊은 주인이 됐다.

7년간 숙성시켜 짠맛, 단맛이 다 사라진 조선간장을 쓴다. 굴과 피마자잎, 해초의 일종인 매생이를 간장게장에 넣는 것도 특징. 피마자잎은 해독작용을 하고 ‘바다의 완전식품’인 매생이는 풍부한 영양을 공급한다.

게장정식에는 전과 나물, 낙지, 두릅숙회 등이 함께 나온다. 가격은 산지 꽃게값에 따라 변하는 시가. 지금은 1인분에 2만2000원을 받는다.

▽전주식당(02-543-3321)〓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거리 남서울웨딩홀 뒷골목. 역시 조선간장의 산뜻한 맛이 돋보이는 집이다.

인천 소래포구산 꽃게를 재료로 만든 게장백반이 1인분 2만원. 주인 김원화씨가 전주 손맛으로 담근 울외장아찌, 깻잎장아찌, 겨울배추 김치 등 짭짤한 전라도식 밑반찬과 시원한 황태탕(5000원)도 간장게장과 잘 어울린다.

궁중음식 전문가 황혜성씨가 단골. 푸드스타일리스트 노영희씨도 게장맛에 반해 한동안 매일같이 눈도장을 찍었다.

▽프로간장게장(02-543-4126)〓서울 신사동 사거리에서 양재동 쪽으로 50m쯤 떨어진 강남웨딩홀 뒤편. 주인 서백자씨가 목포출신이라 상호도 원래 목포집이었지만 게장맛이 ‘프로’라 해서 이름을 바꿨다.

충남 서산에서 직송된 꽃게로 담가 5일 정도 숙성시켜 내는 간장게장이 2마리 한 접시에 3만5000원. 우거지된장국이 따라나온다. 이밖에 신선한 매생이국(8000원), 도루묵탕(한 냄비에 3만원), 제주 은갈치조림(소 3만원, 대 4만원) 등도 인기 메뉴.

▽자연마을(02-553-6767)〓구하기 힘든 민물참게를 경남 진주, 전북 부안, 전남 신안 등 전국 각지에서 가져다 담근 간장게장으로 유명하다. 서울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부근.

달착지근한 꽃게 게장과는 달리 15일 이상 숙성시켜 깊은 맛이 있고 부드러운 껍데기는 통째로 씹어먹을 수도 있어 영양도 만점이라는 게 주인 김인달씨의 자랑. 단골 중에는 앉은 자리에서 공기밥 3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우는 70대 할아버지도 있다.

다슬기국을 곁들인 1마리 1인분이 1만5000원. 2, 3명이 즐길 수 있는 참게매운탕은 2만5000∼3만5000원.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 간장게장 맛 제대로 내려면…

꽃게를 사 집에서 간장게장을 담가먹는 집도 적지 않다.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요리전문 사이트 델리쿡(www.delicook.com)과 요리조리닷컴(www.yorizori.com)이 소개하는 간장게장 맛있게 담그는 법.

▽재료(4인분)〓꽃게 400g, 마늘 4쪽, 생강 1쪽, 풋고추 홍고추 각각 1개, 간장 물 각각 2컵(1컵은 200㏄), 멸치 5마리, 무 다시마 양파 각각 1개.

▽조리법

①꽃게는 딱지를 떼고, 발끝의 날카로운 부분을 잘라내는 등 손질을 한 뒤 솔로 깨끗이 씻는다.

②멸치 무 다시마 양파에 물을 붓고 끓여 멸치육수를 만든다. 여기에 간장을 섞어 다시 한번 끓인 다음 식힌다.

③속이 깊은 항아리에 꽃게를 담고, 납작하게 저며 썬 마늘과 생강을 넣은 뒤 충분히 잠길 만큼 간장을 부어 밀봉한다.

④2∼3일 뒤 간장을 냄비에 따라내 푹 끓인 다음 식혀 다시 게에 붓는다. 이처럼 간장 달이기를 두어차례 반복하면 간장게장 완성. 먹을 만큼 그릇에 담아 얇게 어슷썬 홍고추와 풋고추를 고명으로 올린다.

⑤많은 양을 담글 경우 냉동실에 얼려두는 게 짜지 않게 먹는 비결이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