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현대상선 사장 교체말라”

  • 입력 2001년 10월 5일 23시 15분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관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명백한 이유 없이 대표이사를 교체하면 각종 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현대상선은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 인수와 채무만기연장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났기 때문에 금융 지원이 중단되면 다시 자금난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5일 현대상선 이사회 앞으로 “회사의 경영정상화 노력을 성실히 수행해온 김 사장을 석연하지 않은 이유로 교체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문은 정몽헌(鄭夢憲) 회장과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다시 계열사 지원 창구로 활용할 경우 여신을 회수하거나 채권단 관리체제로 편입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기업의 인사와 관련, 주채권은행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그러나 산업은행측은 “이는 채무자의 신용 훼손과 관련된 사안으로 채권자로서 발언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자금난 때 그룹측은 현대상선에 보유 주식과 서울 적선동 본사 사옥, 무교동 사옥을 팔아 현대건설을 지원하라고 요구하는 등 부실 계열사 지원에 현대상선을 끌어넣으려는 요구가 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상선을 비교적 건실하게 이끌어 온 김 사장이 물러나면 현대상선은 부실화된 계열사와의 연결 고리를 맺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사장 사임과 관련, 김재수(金在洙)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사장)은 “사의 표명 이유는 본인의 건강 악화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지금까지 계열사 지원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경영을 해왔던 회사”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건강은 문제없다”면서 “금강산 관광사업 등 적자가 나는 분야에 현대상선이 지원하지 않겠다고 버틴 것이 오너 눈에 거슬린 것 같고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두영·김동원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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