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내 친구 루이'

  • 입력 2001년 10월 5일 19시 01분


▼'내 친구 루이' 에즈라 잭 키츠 글 그림/정성원 옮김/32쪽 7000원/비룡소▼

남녀노소를 떠나 그 사회 구성원에게 획일적으로 강요되는 사회화 과정은 적응한 자들에겐 축복이지만 적응하지 못한 자들에겐 일종의 폭력이다. 특히 한없이 자유로운 수백, 수천만의 각기 다른 어린 영혼들을 어른이 옳다고 믿는 사회적 틀에 가두려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기존의 세계를 부인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하는 ‘왕따’들에게 더 주목하고 애정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수지와 로베르토가 오랫동안 준비한 인형극이 시작된다. 모두들 들떠 친구들과 웅성대지만 오직 한 아이만이 객석에 우두커니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루이. 루이는 자기만의 세계 속에 갖혀 사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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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이 시작되고 무대 위에는 ‘구씨’라는 이름의 인형이 등장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엔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구씨가 이상하게도 루이의 관심을 끌게 된다.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씨에게 말을 건다. “안녕?”

이어 루이의 입에서 “안녕?”이라는 인사말이 연거푸 터져나온다. 눈을 활짝 뜨고 팔을 힘껏 펼쳐보이며 “안녕?”을 외치는 루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앞에서 보여줬던 구부정한 어깨, 수그린 고개와 대조적이다. 닫힌 자기세계에서 조금씩 세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걸까.

구씨와 헤어져 집에 돌아온 루이는 다시 ‘구부정한 어깨, 수그린 고개, 시무룩한 눈빛’이 된다. 루이는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 끝없이 아래로만 추락하는 꿈을 꾼다. 루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만의 세계를 인정치 않는, 먼저 사회화된 자들의 조롱이다. 그러나 꿈에서 깬 루이는 수지와 로베르토가 남긴 쪽지를 보고 기뻐한다. “밖으로 나가 녹색 줄을 따라가 봐.” 그곳에는 친구들이 미리 가져다 놓은 구씨인형이 루이를 기다리고 있다. ‘자기만의 세계’ 속에 있는 친구를 ‘우리들의 세계’로 안내하려 애쓰는 친구들의 우정이 감동적이다.

이 책은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가의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그림이 매우 섬세하고 색감도 풍부하다. 루이의 작은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 부모들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며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던질 수 있다. 유아용.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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