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秋 夕(추석)

입력 2001-09-27 20:20수정 2009-09-1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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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夕(추석)

仲-버금 중 圓-둥글 원 饒-넉넉할 요 餠-떡 병 省-살필 성 墓-무덤 묘

중국에서 秋夕이라면 글자 그대로 ‘가을 밤’이다. 일례로 唐의 杜牧(두목·803∼852년)이 쓴 ‘秋夕’이라는 시는 그저 가을밤의 정경을 읊었다. 우리가 음력 8월15일을 ‘秋夕’이라고 하여 대표적인 ‘가을밤’으로 삼은 까닭은 아마도 이날의 달이 유난히 밝았기 때문이 아닐까.

대신 중국 사람들은 秋夕을 仲秋節(중추절)이라고 부른다. 옛날 그들은 계절마다 대표하는 節氣(절기) 하나씩을 두어 四節이라고 했는데 春節은 元旦(원단·설), 夏節은 端午(단오), 秋節은 仲秋, 冬節은 冬至(동지)였다. 그런데 일년 사계절을 3개월씩 구분했으므로 仲秋는 가을의 한가운데, 곧 8월이어서 가을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가 되는 것이다.

또 15일로 삼은 것은 이 때의 보름달이 일년 중 가장 크고 밝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보름달을 ‘圓滿(원만)’의 상징으로 여긴다. 곧 음력 8월15일이라면 시기적으로도 五穀(오곡)이 풍성하게 결실을 맺을 뿐만 아니라 쟁반같이 둥근 달을 통해 豊饒(풍요)와 圓滿을 만끽했다. 仲秋節을 團圓節(단원절)이라고도 하며 月餠(월병)이라는 둥근 빵을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날에는 객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이 한데 모여 賞月(상월·둥근 달을 감상함)놀이도 한다.

秋夕의 순수 우리식 표현은 ‘한가위’다. 삼국 초기부터 명절로 삼아왔다고 한다. 곧 三國史記에 의하면 신라 제3대 儒理王(?∼57년) 때에 도읍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이날까지 무려 한 달 동안 길쌈놀이를 했다고 한다. 농경민족이었던 만큼 그동안 땀흘려 가꾼 五穀百果(오곡백과)가 이 때가 되면 탐스럽게 결실을 맺고 여기에다 커다란 보름달까지 두둥실 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豊饒로웠을까. 그 즐거운 심정을 각종 놀이로 표현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아무리 벽촌의 가난한 이라도 이날 만큼은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 찬을 만들며 온갖 과일을 풍성하게 차려놓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빌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 같은 豊饒를 결코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는 조상들의 덕택이라고 겸손해 했으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중국 사람들이 흩어진 가족이 모이는 團圓의 의미를 강조하는 데 비해 우리는 이 날 정성껏 茶禮를 지내면서 薦新(천신·햇곡식을 바침)하고 省墓까지 하지 않는가. 그만큼 우리는 孝를 중시하는 민족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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