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美 테러' 집값엔 어떤 영향?…직접 피해 없을듯

미국 테러 사태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부에서는 증시 폭락사태처럼 분양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수출과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에까지 어두운 그림자가 번질 것으로 보는 것.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상황을 예단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올 해 부동산 시장 활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저금리’상태가 어찌됐든 유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침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소폭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전망.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보복 공격이 크게 확대되면 유가 상승, 금리 상승, 경기 침체 등이 맞물려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접 피해를 주지는 않을 듯〓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미국 테러 사태가 곧바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물 경기 추이에 따라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가늠하려면 우선 금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 미국 테러 사태 이후에도 국내 금리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일로 국내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기업 등의 자금 수요는 줄어들기 쉽다. 가뜩이나 시중에 자금이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 자금 수요가 줄어들면 저금리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라는 호재를 계속 가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투자 수요가 경기 불안 탓에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다.

▽유가가 변수〓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가 오르고 금리도 오른다. 국내 경기에도 치명적이다. 올 부동산 시장의 ‘밑천’인 저금리 기조가 무너져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가는 미국의 보복 공격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전망. 보복 공격 규모가 소폭에 그쳐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면 국내 부동산 시장도 일단 안심인 셈이다. 반면 미국의 보복이 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불안이 커져 부동산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호가 거품 걷힐 듯〓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수요자들의 구매심리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거래량이 줄어들고 부동산 가격은 하향세가 될 수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미국 테러 사태를 계기로 국내 주택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집값의 호가 거품이 걷히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이번 사태 이전에 이미 집 값이 소폭 조정국면에 접어든 모습. 추석을 앞두고 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였고 서울 집 값 상승의 기폭제였던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열기도 용적률 하향 조정으로 주춤하고 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